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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꼭 부숴야 차 바꿔주겠니?

등록 2015-10-22 21:32수정 2015-10-23 10:01

자동차 업체, 하자·결함 78% 무대응
‘권고’ 기준만 있고 환불 강제력 없어
“미 레몬법처럼 소비자 보호 특별법을”
지난 9월 벤츠 차량 소유자가 품질 불만으로 2억원이 넘는 자기 차를 골프채를 휘둘러 망가뜨린 사건은 제조사와 판매사가 자동차 하자나 결함 신고를 받고도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당시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던 30대 남성은 올해 3월 리스로 인도받은 차량에서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반복됐으나 업체가 교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스스로 차를 부서뜨렸다. 소비자단체나 자동차 동호회 누리집에도 제품 하자나 결함에 대한 제조사 대응이 부실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이 있어 제조사가 소비자 불만에 발빠르게 대응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결함·하자 신고’ 소비자 요구에 제조사 대응
‘자동차 결함·하자 신고’ 소비자 요구에 제조사 대응
자동차 애호가이자 법학박사인 오길영 신경대 교수(경찰행정학)는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이 마련한 ‘폴크스바겐 사태로 돌아본 소비자정책’ 토론회에서 전국 통합 소비자 상담 시스템인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올해 1월과 6월 접수된 중형 승용차 하자·결함 피해 신고 655건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 하자·결함에 대해 제조사가 소극적이고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의 하자·결함을 인정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수리를 해준 경우는 72건(11%)에 그쳤지만, 신고에 대해 제조사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무응답 사례는 509건(77.7%)에 이르렀다. 소비자 요구를 거부한 경우는 74건(11.3%)이었다. 제조사가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구제 요청 10건 가운데 8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는 자동차에 하자나 결함이 있을 경우 소비자가 교환과 환불을 받을 권리가 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한국에는 ‘권고’ 기준만 있다. 이런 제도 차이로 말미암아 국내 소비자는 같은 차를 사더라도 국외 소비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근거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결함이나 하자가 있는 자동차는 교환·환불이 가능하지만, 이런 기준은 권고에 그친다. 결함 자동차 구제책인 리콜 제도로도 부품 교환이나 수리 같은 한정된 조처만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미국은 연방법 차원에서 소비 제품에 대한 소비자 권리와 제조사 의무를 규정한 소비재보증법과 각 주정부에서 마련한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인 ‘레몬법’(불량 제품을 오렌지와 닮았지만 신맛만 나는 레몬에 비유)을 통해 소비자가 보호를 받을 여지가 훨씬 크다. 더불어 리콜 제도로도 결함 차량에 대한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200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환불·교환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8·19대 국회를 통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다. 오 교수는 “자동차관리법은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아니므로 자동차에 대한 교환·환불을 규정한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구속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실제 하자나 결함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차남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교통안전팀장은 “국내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교환·환불은 2010~2014년 연평균 923대로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권리 구제가 자율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입법화 추진이 제작사와 소비자의 사적 분쟁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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