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EV’에 11종 공급키로
계열사 부품 받아 모듈 형태로 제작
2016년 말 양산될 전기차에 장착
“신성장 동력 발굴했다” 주가 급등
계열사 부품 받아 모듈 형태로 제작
2016년 말 양산될 전기차에 장착
“신성장 동력 발굴했다” 주가 급등
엘지전자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11개 부품을 공급한다고 21일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이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양산에 적극 나서면서 엘지그룹의 자동차 관련 사업들도 점차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전기차 부품 공급 계약 발표는 엘지전자가 그동안 자동차 부품 수급업체와 비밀 유지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모습과 다른 것이다. 지엠 쪽에서 전기차 양산 계획을 세세하게 발표하면서 엘지전자도 계약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은 쉐보레 볼트 EV의 핵심부품과 시스템 11종을 공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구동모터’(전기차의 구동축에 동력을 제공하는 장치), ‘인버터’(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하고 모터를 제어하는 장치), ‘차내충전기’(외부 전원으로부터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치), ‘전동컴프레셔’(차량 공조시스템의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 ‘배터리팩’(전기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장치), ‘전력분배모듈’(배터리 전원을 각 부품에 맞게 분배하는 장치), ‘배터리히터’(저온 조건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가열하는 장치), ‘급속충전통신모듈’(외부 충전설비로부터 전기차로 전력 공급 시 충전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다.
지엠은 2016년 말부터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쉐보레 볼트 EV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한번 충전으로 320㎞ 이상의 거리를 갈 수 있고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약 5천달러)를 제외하면 3만달러(약 34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엠코리아 쪽은 “그동안 주행 거리의 한계로 시내만을 오가던 전기차와 달리 긴 주행거리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계약 성사는 엘지그룹에게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엘지 계열사들은 자사 부품을 들고 자동차 업체와 각각 계약을 맺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지그룹의 대표 기업인 엘지전자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받아 재가공해 바로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업체에 건네는 형태여서 부품부터 모듈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엘지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셀을 엘지전자에 공급하면 이를 조합해 배터리팩으로 만들어 지엠에 공급하는 식이다. 계기판 역시 엘지디스플레이로부터 부품을 받아 엘지전자가 조립해 공급한다.
엘지그룹에서는 엘지전자를 비롯해 화학·디스플레이·이노텍·하우시스 등이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고 있다. 엘지전자 쪽은 “여전히 각 계열사별로 자동차 부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향후에는 계열사들과 협조를 통해 바로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구본무 엘지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는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한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며 “신사업은 일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고 용기있게 키워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이다.
엘지전자 주가는 이날 계약 소식으로 전날보다 6750원(14.41%) 오른 5만3600원에 마감했다. 엘지전자가 휴대전화·티브이(TV) 사업의 부진 속에 신성장 동력을 발굴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LG그룹 친환경 자동차 부품 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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