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실무진들, 트렌드 진단
“브랜드 역사 녹인 디자인 만들어야”
“브랜드 역사 녹인 디자인 만들어야”
자동차업계 흐름에 민감한 국내 전문가들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무엇에 주목했을까?
“모터쇼 전시장을 살펴보니, 독일 베엠베(BMW),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4개 업체엔 저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터치스크린이나 각종 스위치, 음성인식 등 사람들과 기계가 상호 작용을 하도록 하는 모든 것)’ 전략이 있었다. 소형차에서 대형차까지 UI 전략을 적용해 차급과 상관없이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반면, 국내 업체나 일본 도요타 등은 차급마다 적용한 UI가 다르다. 궁극적으로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있는 UI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유럽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제66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시장 조사차 방문한 홍종면 현대차 멀티미디어설계1팀장의 말이다. 홍 팀장은 스마트 기기를 자동차와 연결해 운전 중에도 전화나 음악 청취 등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터치스크린이나 각종 스위치, 음성인식 등 사람들과 기계가 상호 작용을 하도록 하는 모든 것)’ 콘셉트를 놓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북미에서 출시한 쏘나타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기능을 차에서 사용하게 해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탑재했다. 이후 고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익숙한 데다 음성 인식이 가능한 ‘구글 지도’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하기만은 어려운 환경 변화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민창식 기아 외장디자인2팀장의 눈길을 잡아 끈 차량은 아우디의 신형 A4였다. 그는 “사용 기술은 고급화됐지만 ‘C 세그먼트(유럽의 차 규격 분류는 길이가 기준으로 3850~ 4300mm에 해당하는 차)’ 본연의 스타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차들은 전통 세단과 스포츠 쿠페의 경계가 모호했는데 이러한 유행의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현대기아차가 다른 브랜드에 견줘 저평가되는 현실이 고민스럽다고 했다. “20년 전 입사했을 때만해도 아우디는 벤츠와 비교하기 어려운 브랜드였다. 20여년 동안 브랜드가 성장한 것이다. 디자인의 힘이 뭐냐면, 소비자 욕구를 어느 정도 고려해 주면서도 ‘우리가 이런 디자인을 했다’고 각인시키는 것이다. 디자인엔 브랜드 역사가 녹아 있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다. 우리는 이제 막 전통을 만들기 시작한 상황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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