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아무개(42·회사원)씨는 23일 유로6 기준이 적용된 폭스바겐(폴크스바겐) 디젤 차량을 구매해 인도받기로 했다가 폴크스바겐 사태를 다룬 보도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차량에도 눈속임 소프트웨어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정부 방침에 따라 배출가스 기준 위반으로 운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중고차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서다. 심씨는 “회사 쪽으로부터 어떤 보장을 명문화해 받지 않은 채 그냥 차량을 인도받기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차를 사려는 사람들이나 이미 산 사람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차량이 최대 6만대에 이를 가능성이 확인됐다. 폴크스바겐 그룹이 2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인증시험을 받을 때와 실제 도로를 달릴 때 배출가스 양이 ‘눈에 띄게 차이 난다’고 밝힌 EA189 엔진을 장착한 1100만여대 차량 가운데 국내에 판매된 것은 6만대로 추정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3일 “EA189 엔진은 유로5(유럽연합이 정한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며 배기량 2000㏄ 차량에 탑재됐으며 한국에 유통된 차량은 6만대가량”이라며 “미국에서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가 해당 차량들에 사용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는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차량은 유로5보다 규제가 강화된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폴크스바겐의 골프·제타·비틀, 아우디 A3 등으로 국내에는 약 6천대가 수입됐다”며 “우선 이러한 차량들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뒤, 향후 상황에 따라 유로5 차량도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우디코리아는 EA189 엔진이 국내에서 판매된 A3에 장착됐는지조차 확인이 안 된다고 이날 밝혔다.
환경부는 해당 차량들에 대해 인증시험 때와 도로 주행 때 배출가스 양을 비교해 눈속임 소프트웨어 사용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가 인증 당시보다 도로 주행 때 크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국내 규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리콜 명령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환경부 고시인 ‘제작 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한 규정’에는 시험 조건과 다르게 일반적인 운전 때 배출가스 저감 기능을 변조하는 ‘임의 설정’ 행위에 대한 기준이 나온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폴크스바겐이 설정한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임의 설정’에 해당될 경우, 판매 정지 같은 강력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4개 차종을 조사한 뒤 벤츠와 베엠베 등 다른 수입 자동차 업체와 국내 업체들의 경유차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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