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존 300h 규모에서 700h로 생산 설비를 확대한 충남 서산의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자동 공정으로 배터리 셀이 생산되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29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무장산업로에 위치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A4 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납작한 파우치 형태 셀들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져 각종 공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셀에 전해질을 고르게 펴발라 전기가 잘 통하게 하고, 배터리의 전압과 저항 수치를 검사해 범위를 벗어나는 셀은 폐기한다. 이 셀 273개가 한데 패킹돼, 중국 베이징시에서 택시로 사용되는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V200에 배터리로 탑재된다.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5월 완공돼 연간 300㎿h 용량(전기차 1만5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던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서산 공장은 이달 700㎿h(3만대 분량) 생산 수준으로 설비를 대폭 확대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납품하고 있는 기아차의 전기차 쏘울EV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EV200 등이 지난해 연말 생산량을 크게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현재 기아차의 쏘울EV와 레이EV, 베이징차의 ES210(선바오)과 EV200 등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중이다. 지난해 베이징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현지 패킹도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철저히 자동 공정으로 이뤄져, 공장은 24시간 365일 돌아간다. 수분이 들어가면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수분,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반도체처럼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 드라이룸에서 주로 생산한다. 완성된 셀은 고객 요청에 맞춰 23도 실온에서 14~18일가량 에이징 테스트를 하고, 사막 온도인 45도에서 고온 에이징을 거치기도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은 제대로 수익을 거두는 사업이 못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2703대에 불과했다. 1056대는 기아차 레이EV였고, 쏘울EV가 385대였다. 국내 보급의 절반가량을 에스케이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지만, 시장 자체가 아직은 미미하다.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세계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엠(GM) 등에 납품하는 엘지화학의 생산 규모가 가장 크며, 베엠베(BMW) 전기차에 제공하는 삼성에스디아이(SDI)와 기아, 베이징차의 에스케이 순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나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37년 만에 적자를 보는 와중에 투자를 진행한 것인데, 이유는 잠재력이다. 주행거리 확대 등 전기차의 기술 진보가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또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테슬라의 돌풍을 볼 때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A123시스템스가 파산했던 2012년보다는 상황이 변한 것으로 에스케이는 보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올해 2만여대 분량의 배터리를 남품할 계획이다.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에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중국 수주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의 김유석 상무는 “하이브리드보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와 순수전기차(BEV) 쪽 배터리 수주에 우선을 두고 기존 고객 위주로 내실있게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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