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엠베(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고양/김명진 기자
관련 인증규정 명확하지 않아
순수 전기주행 연비로 불인정
BMW 등 그냥 ‘하이브리드’로 출시
“개발 뒤늦은 국산차 배려” 분석
순수 전기주행 연비로 불인정
BMW 등 그냥 ‘하이브리드’로 출시
“개발 뒤늦은 국산차 배려” 분석
친환경 전기차 시대의 서막을 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가 국내에도 수입 자동차를 중심으로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연비 측정 방식 등 정부의 제도 마련이 뒤처진 탓에 그냥 ‘하이브리드차’ 인증을 받아 출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친환경차 보조금 같은 소비자 혜택도 제때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세계 시장이 플러그인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는데도 우리 정부가 준비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출시 채비가 늦은 현대자동차를 의식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베엠베(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플러그인 스포츠카 i8을 언론에 공개했다. 플러그인은 순수전기차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로 하이브리드차에 견줘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다. 일반 전기 콘센트로 손쉽게 충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베엠베는 이런 플러그인 차량의 연비를 국내 기준과 유럽 기준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한국의 일반 하이브리드차 기준을 적용해 측정한 연비는 ℓ당 13.9㎞로, 유럽 연비 기준으론 ℓ당 47.6㎞로 인증받았다는 것이다. 스포츠카는 상대적으로 기름을 많이 쓰지만, 일반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가 18㎞가량 나오는 점을 고려할 때 i8의 연비가 13.9㎞로 나온 것은 지나치게 낮게 측정된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 베엠베 쪽은 “일반 하이브리드차 연비 측정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전기로만 37㎞를 주행할 수 있는 점이 반영되지 않아 유럽 기준보다 많이 낮은 연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은 베엠베 i8뿐만은 아니다. 포르쉐코리아도 올해 들어 플러그인 모델로 스포츠카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와 스포츠실용차(SUV)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두 차량 모두 플러그인이 아니라 그냥 하이브리드차로 인증을 받았다. 포르쉐코리아는 “플러그인 관련 고시가 마련되기 전에 판매 계획이 세워져 하이브리드차 규정으로 시험을 완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을 새로 마련해 플러그인의 연비 측정과 표시 방법을 고시했다. 그러나 여러 허점이 지적돼 실제 적용하지는 못한 채 수정안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출시 일정이 빨랐던 수입차 업체들이 플러그인 인증 대신에 일반 하이브리드 인증을 활용하게 된 셈이다.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선 업계와 정부의 정책이 모두 플러그인을 친환경차의 대세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 순수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10년간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정책은 플러그인의 연비 인증뿐 아니라 여타 지원 정책이 모두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플러그인을 친환경차로 분류하고, 지원 기준을 마련한 것도 최근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초에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변경해 연비가 ℓ당 18㎞ 이상인 플러그인 구매에 대해서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친환경차 보조금 수준은 내년에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변화에 견줘 제도 마련이 늦어진 데 대해 “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차를 기반으로 연비 등 지원 기준을 너무 높게 만들면 상용화가 늦은 국산차가 따라오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지난해 친환경차 보조금 예산 논의가 끝나고 나서야 현대차가 뒤늦게 플러그인 차량 2015년 출시 계획을 알려왔다”며 “사실 국산 플러그인 차량이 나오지 않았는데 세금으로 조성한 보조금 혜택을 수입차 업체에만 돌아가게 하는 건 난감한 측면이 있어, 지원 기준 마련에 일찌감치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6월에야 국산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선보인다. 이 차량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데 이어, 국내에서는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5년 서울모터쇼’ 언론 공개 행사 때 처음 공개됐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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