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선보인 전기차 ‘SM3 Z.E’의 모습. 르노삼성차는 이 차량을 전기택시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가보니
“제주를 전기차 시장 시험무대로”
68개 업체 참여 치열한 각축전
중국 회사들도 한국 진출 도전장
“제주를 전기차 시장 시험무대로”
68개 업체 참여 치열한 각축전
중국 회사들도 한국 진출 도전장
전기자동차의 ‘가까운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기차 엑스포가 제주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린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는 각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들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기차 관련 제품과 기술을 내놓고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아직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미개척 분야인 전기차 시장에서만큼은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
6일 찾은 엑스포 전시장은 “제주도를 전기차 시장의 ‘테스트 베드’(시험 무대)로 만들겠다”는 엑스포 조직위원회의 다짐에 걸맞게 68개에 이르는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몰려들었다. 8일까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3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열린 1회 엑스포보다 규모를 키운 이번 엑스포에서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전기택시와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등도 전면에 등장하면서 ‘차종 다양화’가 두드러지게 진행됐다. 특히 ‘전기택시’가 주력으로 나섰다. 르노삼성차는 엑스포 개막에 맞춰 올해 전국에 전기차 1000대 보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전기택시를 선봉에 세웠다. 전시 부스에 전기택시용으로 만든 ‘SM3 Z.E’를 선보인 르노삼성차는 제주에서 전기택시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2013년부터 제주와 대전 지역에서 전기택시 실증사업을 진행했는데, 4월에는 서울에서도 실증사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는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6’을 부스에 전시했다. e6은 유럽 등에 전기택시로 수출되고 있다. 비야디는 “e6은 한번 충전으로 300㎞를 갈 수 있고, 최고 속도도 시속 140㎞까지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택시 시장에 자동차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고립된 지역인 제주도가 주행거리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가능성을 시험한 뒤 개선책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판매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차 설명을 들어보면 개인택시와 법인 택시 가운데 하루 200㎞ 이하로 주행하는 차량은 전기차로도 영업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실증사업 결과) 전기택시는 액화석유가스(LPG) 택시보다 연료비 등 유지비용도 70% 수준이라 경제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택시에 손님이 하루 평균 20명 정도 탄다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용차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업체인 위나동방이 국내에 세운 위나동방코리아는 상하이자동차와 협력해 만든 전기버스를 앞세워 제주도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고, 비야디도 전기버스를 선보였다. 국내 업체인 우진산전과 한국화이바도 1회 충전으로 100㎞ 이상 갈 수 있는 전기버스를 내놓았다. 국내 중소업체 파워프라자 역시 경상용 전기트럭 ‘피스’를 내놓는 등 상용차 시장에 전기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다양한 운송 수단도 돋보였다. 한국체인공업은 현대차 울산공장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기 운반차를 내놓았고, 그린모빌리티는 10여종의 전기 오토바이를 내놓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형제파트너는 ‘달구지’라는 이름의 농업용 전기차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 경쟁도 치열해 그린파워는 휴대전화 무선 충전 원리를 도입한 전기차 무선 충전 장치도 공개했다. 그린파워 관계자는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이 장치를 활용해 코끼리열차를 운행하는 등 실제 적용 단계”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올해 전기차 1500여대를 민간에 보급할 계획을 발표하고, 구입자에게 대당 2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닛산은 전세계적으로 16만대 이상 팔린 ‘리프’를 전시했고, 베엠베(BMW)도 ‘i3’을 소개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GM)도 전시장을 마련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286마력을 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7초면 도달하는 고성능 전기차량인 ‘SP:01’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대환 국제 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엑스포를 통해 승용차는 물론 택시와 버스, 트럭, 렌터카 등 다양한 분야의 전기차량이 보급돼 올해를 전기차 상용화의 원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제주컨벤션센터 외부 주차장에 전시돼 있는 중국 및 국내 업체들이 내놓은 전기버스.
국내 중소업체인 파워프라자가 선보인 경상용 화물차 ‘피스’의 모습.
국내 중소업체인 그린모빌리티가 선보이고 있는 전기 오토바이들의 모습.
미국 전기차 업체인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이 선보인 고성능 스포츠카 형태의 전기차 ‘SP:0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