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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디자인 물렀거라, 연비부터 까보자”

등록 2015-01-18 13:58수정 2015-01-18 22:49

[경제의 창]
세계 금융위기 뒤 연비가 차 선택 기준
국내 수입차 시장 디젤차가 70% 차지
환경 규제도 연비 향상 기술 개발 가속
벤츠·BMW 등 고급차 업체도 합류
엔진 크기 줄이고, 신소재로 가볍게
2020년 4기통 이하 차 60% 전망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 세금 연동
친환경 기술이 가격 경쟁력까지 좌우
“가격이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비싸지만 연비 우수성과 가솔린보다 싼 경유 값을 생각하면 1~2년 안에 (초기 구입비용) 차이는 정산될 수 있습니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사장은 10년 전인 2005년 푸조 ‘407HDi’ 차량을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차는 당시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한 디젤 승용차다. 그때 강조한 게 ‘연비’다. 당시 기준으로 이 차의 연비는 15.6㎞(이하 리터당)로 푸조는 ‘경제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이 시기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디젤 승용차를 속속 출시했다. 기아자동차는 ‘프라이드’ 디젤 모델을 선보였고, 현대자동차도 ‘아반떼XD’ 디젤차를 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연비가 15㎞ 수준인 이 모델들에는 ‘초고연비 차량’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시장 평가는 엇갈렸다. 연비가 좋다는 장점으로는 초기 구입비용이 가솔린차보다 비싸고 소음과 진동이 심한 단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제롬 스톨 당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디젤 승용차가 유행을 형성해 유럽처럼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디젤차는 국내에 꾸준히 침투했다. 베엠베(BMW)와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차 업체들은 높은 연료 효율성을 앞세운 디젤차로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가계 수입이 줄고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차량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게 된 것도 변화의 바탕이 됐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2013년 펴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 <컨슈머 리포트> 조사 결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연비가 디자인 등의 항목을 제치고 소비자들이 새 차를 살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 처음으로 디젤차 판매가 가솔린차를 넘어섰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는 연간 판매량의 70%까지 차지하게 됐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베엠베는 2007년부터 ‘이피션트 다이내믹스’(효율적인 역동성)를 비전으로 내걸고 2020년까지 세계에서 팔리는 신차의 연료 소모량을 25%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료 효율이 높아지면 차량 배출가스도 줄어드는데, 벤츠와 아우디 역시 각각 2017년과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차량 평균 연비를 25% 늘리겠다며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가 연비 경쟁에 나서게 된 데는 환경규제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며 아우디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TDI 엔진’을 만드는 등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에 관심을 두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환경규제가 시작된 1990년대 들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을 시작으로 연비 향상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1992년 당시 기아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경량화 작업에 나서 철 소재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벤츠와 베엠베 등 독일 업체들을 중심으로 연비를 높인 소형차 개발도 본격화됐다.

연비를 높인 친환경 차량 개발이 과거에는 미래를 내다본 대응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당장 극복해야 할 현실이 됐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당장 유럽연합(EU)은 ㎞당 130g(올해 기준)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 95g, 2025년 75g까지 줄이기로 했다. 연비로 환산하면 2020년까지 약 33.1㎞를 달성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2020년까지 연비를 24.3㎞까지 맞추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미국 환경청 기준으로 2013년 현대차 연비는 12.3㎞, 기아차는 11.6㎞ 수준으로 아직 갈 길이 먼 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엔진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과 차량 경량화, 주행저항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배기량과 실린더(기통) 수를 줄이면서 출력을 유지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은 고연비, 친환경 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으로 뽑힌 폴크스바겐 ‘파사트 1.8 TSI’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이 대표적이다. 기존 5기통 2.5ℓ 엔진을 4기통 1.8ℓ로 줄여 효율을 높였다. 3기통 1.5ℓ 엔진을 단 베엠베 미니 ‘쿠퍼’나 기존 1.6ℓ 엔진 대신 1.4ℓ 터보 엔진을 단 한국지엠(GM)의 ‘아베오’, 중형차 크기에 1.4ℓ급 엔진을 장착한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디젤 등도 다운사이징 사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09년 미국 시장 기준으로 6기통 이상 차량이 60%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4기통 이하 차량이 60% 이상 될 정도로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진과 함께 변속기 성능도 연료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푸조는 각각 연비를 적게 쓰는 수동 기반의 ‘DGS 변속기’와 ‘MCP 변속기’를 선보였다. 현대차도 2009년 앞바퀴 굴림(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독자 개발해 기존 5단 변속기보다 연비를 12.2%(그랜저TG 3.3 기준) 높였고, 뒷바퀴 굴림(후륜) 8단 자동변속기도 개발하는 등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규제 방침(*누르면 확대됩니다.)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연비 향상으로 이어진다. 현대차 쪽 설명을 들어보면 차량이 10% 가벼워지면 연비는 3.2%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 차량에 철 소재를 줄이고, 알루미늄 등을 활용하는 비율을 높이는 이유다. 실제로 테슬라의 ‘모델S’나 베엠베의 ‘i3’ 등은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복합재료를 활용해 무게를 200㎏ 이상 줄였다. 여기에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을 통해 주행 시 외부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베엠베의 ‘에어로 다이내믹스’처럼 생김새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연비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다.

차체와 엔진 외에도 연비를 높이려는 각종 노력이 차량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연비 친화적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들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관성 주행 안내’ 시스템이 있다. 도로 정보를 분석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야 할 시점을 계기판에 알려줘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는 기능이다. 이와 함께 전체 주행 중 경제운전을 한 비율을 알려줘 운전자의 습관도 고칠 수 있게 했다. 시내 주행 중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꺼주거나, 엔진 출력을 조절해 연료를 절약하는 주행 모드 선택 기능 등도 연비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기술이다. 정원영 현대차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70여가지 연비 관련 아이템이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비 중시 경향은 부품에서도 나타난다. 시장 변화와 소비자 선호를 따라가기 위해 타이어 업체들은 최근 회전 저항을 줄인 친환경 타이어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운전자가 연평균 주행거리와 유가, 차량 연비 등을 입력하면 타이어 종류에 따라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판매에 활용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회전 저항이 10% 줄어들면 연비가 1.7% 정도 좋아지는데, 연비에 대한 관심에 친환경 타이어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비 기술은 자동차 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가 차량 구매 및 보유에 따른 세금에도 연동돼 저탄소·고연비 차량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을 것이란 설명이다.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로 인한 세금 등을 고려하면 차량 출고가와 소비자들이 실제 지불하는 가격 차이가 커질 수 있어 친환경 기술이 각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박홍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감축 경쟁을 따라가지 못하면 브랜드 이미지 훼손, 페널티에 따른 수익성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연료 1ℓ로 100㎞ 가는 ‘리터카’ 시대 눈앞에 왔다

르노·폴크스바겐 지난해 모터쇼서 첫선
도요타·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경쟁

르노의 소형 콘셉트카 ‘이오랩’. 사진 르노 제공
르노의 소형 콘셉트카 ‘이오랩’. 사진 르노 제공
연비 향상을 위한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은 ‘리터카’로 나타난다. 연료 1ℓ로 100㎞를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는 리터카들이 대거 등장해 친환경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리터카 개념은 이미 20여년 전에 등장했다. 1990년대부터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인 차량을 속속 선보였다. 먼저 나선 것은 독일 업체들이다. 독일 업체들은 당시로서는 ‘초고연비’에 속하는 소형차를 선보이며 연비 경쟁을 이끌었다. 폴크스바겐은 1998년 휘발유 1ℓ로 33㎞를 달릴 수 있는 ‘루포’를 선보였다. 이듬해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3ℓ로 100㎞를 갈 수 있다는 ‘3리터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독일 업체들이 기존 가솔린 차량의 연비를 높이고, 디젤 차량 개발에 나서는 동안 일본 업체들은 다른 연료로 눈을 돌렸다. ‘하이브리드 차량’과 ‘수소 연료 전지차’ 등이다. 토요타와 혼다 등은 2000년대 들어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친환경 차량 대중화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 ‘도쿄 모터쇼’는 일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차량 경연장이 돼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스위스 제네바 등 주요 모터쇼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이 대세를 이뤘다.

최근에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배터리를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등장하면서 리터카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르노는 가솔린엔진과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이오랩’을 최초로 공개했다. 가솔린 1ℓ로 100㎞를 달린다. 폴크스바겐도 연비가 111㎞/ℓ인 ‘XL’의 스포트 콘셉트카를 선보였고, 베엠베와 아우디 등도 1ℓ로 50㎞이상(유럽 기준)을 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2001년 당시 산업자원부가 ‘2리터카’ 개발을 목표로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섰다. 이후 국내 업체들도 연비를 높인 디젤 승용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선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쏘나타’와 ‘K5’ 등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놓을 계획이다.

연비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지난해 4월 ‘투싼ix’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상 체제를 갖췄다. 토요타도 지난해 12월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를 출시하고 판매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소 등 인프라가 확보되면 수소연료전지차도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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