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수리비 지적 잇따르자
일부 모델에 한해 보증기간 연장
부품 공급독점 등 근본 대책 없어
‘눈가리고 아웅식’ 마케팅 지적
일부 모델에 한해 보증기간 연장
부품 공급독점 등 근본 대책 없어
‘눈가리고 아웅식’ 마케팅 지적
‘비싼 수리비로 이득을 얻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온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을 늘리는 판촉 활동 등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이 끝나면 중고 차 값이 폭락하고, 각종 소모품 교체에도 큰돈이 들어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차종의 제한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수리비 문제 해결이 아닌 ‘눈가로 아웅 식’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자동차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인피니티는 이달 2015년형 ‘Q50’ 디젤 차량을 사는 이들에게 소모품 무상 교환 기간을 기존 3년 이내 또는 6만㎞ 이하에서 5년 이하, 10만㎞까지 늘리기로 했다. 혼다코리아도 2015년형 ‘어코드 2.4’ 모델을 사면 기존 무상 점검 기간을 5년에 10만㎞까지 연장했다. 최근 출시된 ‘CR-V’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같은 행사를 벌인 데 이은 것이다.
이에 앞서 한불모터스도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상 수리 보증 기간 연장 상품 판매를 진행했고, 폭스바겐코리아도 무상 수리 보증기간이 끝난 소비자들에게 무상 점검 행사를 열었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런 행보는 “수리비 부담 때문에 차량을 구입하기 망설여진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펴낸 자료를 보면 보험사가 수입차의 부품·도장·공임 관련 수리비를 지급한 건수는 전체의 6.5%에 불과했지만, 수입차 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7.4%에 이를 정도로 높다. 여기에 딜러사를 통해 부품 공급과 수리 등을 독점하고 있는데다 수리비용 등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수입차 수리비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도 크다.
비싼 수리비에 대한 부담은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이 중고차 값에도 영향을 끼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이 끝나면 차량 가격이 크게 한 번 떨어지는데, 각종 소모품 교체에도 많은 돈이 들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수입차를 2년째 타고 있는 직장인 김아무개(30)씨는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이 끝난 뒤 가벼운 사고라도 나면 수리비가 큰 부담이 될 것 같아 차 값이 떨어지기 전에 매물로 내놓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무상 수리 보증 연장을 앞세워 판촉활동에 나서는 배경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무상 수리 보증기간 연장 마케팅 등이 수리비 과다와 부품 값 폭리 문제를 내버려 둔 채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일회성 행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차 판매와 수리를 맡고 있는 딜러사들이 수리비 비중을 매출의 10% 정도로 유지하면서 해마다 덩치를 키워가고 있지만 ‘비싼 수리비’와 ‘부품 공급 독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나서지 않아서다. 지난 8월부터 부품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됐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판매에만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수입차 업체들의 무상 수리 보증 기간 연장 혜택에 나서는 것은 비싼 수리비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부 차종을 사는 한정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방식은 일회성 보여주기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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