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소 사건이 알려진 12일 진행되고 있는 서명운동 누리집 페이지 화면. 서명 시작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6000여명이 서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역풍 일어
“기업이 개인 깔아뭉개는 갑의 횡포”
“기업이 개인 깔아뭉개는 갑의 횡포”
현대자동차가 박병일 자동차 명장(57)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소비자들이 “현대차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며 서명을 받는 등 역풍이 일고 있다.
현대차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12일 소비자들이 ‘박병일 명장을 고소한 현대·기아차를 고발한다’, ‘현대차 불매 운동 합시다’는 청원 페이지를 온라인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 만들어 서명운동에 나섰다. 현대차는 박씨가 현대차 차량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한 방송 인터뷰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달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관련기사 : 1호 자동차 명장은 왜 현대차에 고소 당했나?)
소비자들은 “(박씨는) 현대·기아차를 편드는 것과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기업이 개인을 깔아뭉개는 갑의 횡포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서명 운동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서명에는 시작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6000여명이 참여했다. 자동차 정비 부문 명장으로 인정받고, 차량 안전과 결함 관련 각종 언론 인터뷰를 해 온 박씨를 고소한 것을 두고 “비판적 의견을 막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현대차의 이런 행보를 두고 그동안의 이미지 개선 작업에 스스로 찬물을 뿌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대응에 나설 게 아니라 적극적인 반박과 논쟁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역풍까지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차량 품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종 이미지 개선 작업을 벌이며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이해 그리고 소통’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초청해 30여 차례 이상 설명회를 가졌고,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내수와 수출용 강판이 다를 것이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7월 동호회 회원 등을 대상으로 충돌 시연회도 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왔다.
한편 박씨는 “실험을 통해 문제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준비해 경찰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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