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일씨 차량 안정성 문제 제기에
회사쪽,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박씨 “모두 직접 실험한 뒤 따져봐”
“비판 의견 재갈 물리기 아니냐” 뒷말
회사쪽,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박씨 “모두 직접 실험한 뒤 따져봐”
“비판 의견 재갈 물리기 아니냐” 뒷말
현대자동차가 방송 인터뷰에서 현대차 차량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박병일 명장(57·사진)을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는 차량정비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2002년 국내 최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44년 동안 자동차 명장 등 자동차 관련 자격증 17개를 따고, 차량 관련 서적도 37권 펴낸 바 있다.
박씨는 그 동안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사안 등에 대해 수차례 인터뷰를 해 왔다. 이번에 회사가 고소까지 한 것을 두고 “비판적 의견에 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박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대차가 문제 삼은 인터뷰는 5건이다. 박씨가 올해 초 방송 인터뷰에서 ‘아반떼’ 에어백 센서를 집으며 “(방수 처리가 안 돼) 장치들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밝힌 것을 비롯해, 지난 9월 걸그룹 레이디코스의 교통사고 이후 ‘차량 뒷바퀴가 빠졌다’는 레이디코스 매니저의 주장에 대해 “충돌해서 바퀴가 빠졌다는 것은 결함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언급한 부분 등이다.
현대차 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정 결과 (레이디코스 사고의 경우) 뒷바퀴 빠짐 현상은 사고 충격에 의한 것으로 차체 결함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아반떼) 에어백 센서도 방수처리가 돼 있다”며 박씨가 허위 사실로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동안 진행한 인터뷰는 모두 직접 실험한 뒤 문제 발생 가능성을 따져 본 것”이라며 “방수처리도 소비자 기준에서 봤을 때 부적합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가 이번에 고소까지 한 것은 최근 진행 중인 부정적 이미지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 “(안전도가 떨어져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흉기차다”라는 여론을 바꾸기 위해 소비자들을 초청해 안전도 테스트를 공개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나서며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고소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판적 의견을 위축시키려는 의도”, “사람이 죽든 사고가 나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박씨가 제기한 의견에 대해 반박과 논쟁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고소까지 한 것은 오히려 불신과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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