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업체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차량 임대와 할부 판매를 맡고 있는 전속 금융사들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67.6%(올해 10월까지 기준)에 이르는 벤츠와 베엠베(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의 전속 금융회사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들 수입차 업체들은 각종 신차 할인 등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10%에 이르는 전속 금융사의 고금리 할부금융 상품을 이용하게 하면서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와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및 아우디, 폴크스바겐의 전속금융사인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3분기(7~9월) 영업수익(매출)은 9912억921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511억원 수준의 영업수익을 올렸던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수익이 6225억원으로 늘었고,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같은 기간 2831억원에서 3674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폭스바겐코리아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2년 만에 영업수익이 10배 이상 늘었다.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얼마나 이익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독일차 4개 브랜드의 전속 금융사 평균은 3분기 6.5%로 집계됐다. 비엠더블유코리아와 벤츠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6%, 3.1%, 1.9% 수준이다. 높은 수리비로 이익을 취한다고 지적받아온 수입차 브랜드 딜러사들의 영업이익률이 2.0% 안팎인 것과 비교해도 전속 금융사의 영업이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출시한 ‘더 뉴 에스-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급성장과 높은 이익 비중 배경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자사 전속 금융사로 끌어모으는 판매 방식이 있다. 신차 값을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전속 금융사의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공식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딜러사를 통해 차량 수리를 하게 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부품 값과 공임(수리에 드는 인건비)을 높게 받아 차 값 인하분을 메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폭스바겐 매장에서 상담을 받아보면 “지금 ‘골프 2.0TDI’나 ‘티구안’을 사면 5~8% 값을 깎아주는데, 할인을 받으려면 선수금을 내고 남은 비용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담직원이 안내한 할부상품 금리는 연 9~10%에 달했다. 신차 할인을 받지 않고 다른 금융사 할부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는 아예 “전속 금융사 상품만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입차를 구입하고 일정 기간 동안은 할부금과 이자만 낸 뒤 나중에 남은 차 값을 한 번에 내게 하는 원금유예할부까지 운영하면서 “‘카푸어’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위원회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20대의 수입차 구매량이 2010년 3528대에서 2012년 7176대로 폭증했고, 원금유예금액도 3252억원에서 5307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입차 업체들이 수리비와 함께 금융상품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변종 할부제도 등을 내놓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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