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창 ‘김시창닷컴’ 대표가 북수원매매단지에서 상품으로 내놓은 중고차를 살펴보고 있다. 중고차매매단지에서는 딜러들이 사업장에 소속돼 중고차 매매 업무를 한다.
[일터 l 직업의 세계] ‘중고차 매매업’ 김시창 대표
주행거리 조작·사고기록 은폐…
과거 ‘레몬마켓’ 오명
정보 늘면서 허위매물 줄어
진입장벽 낮아 대졸·은퇴자 노크
차량점검·시장조사 ‘365일 무휴’
리스크 적은만큼 ‘정직 영업’ 관건
주행거리 조작·사고기록 은폐…
과거 ‘레몬마켓’ 오명
정보 늘면서 허위매물 줄어
진입장벽 낮아 대졸·은퇴자 노크
차량점검·시장조사 ‘365일 무휴’
리스크 적은만큼 ‘정직 영업’ 관건
레몬은 서양에 처음 소개될 때 오렌지보다 맛없는 과일로 평가받았다. 그래서‘불량품’이란 뜻을 담은 속어로도 쓰인다. 미국에서 중고차 매매시장은 대표적인 ‘레몬 마켓’으로 꼽힌다. ‘겉만 멀쩡하고 속은 시큼하고 맛없는 레몬’처럼 비싼 값 치르고 겉만 멀쩡한 물건을 받는 일이 적잖은 시장이란 뜻이다. 매매업자들은 자신이 팔 차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그렇지 못하는 이른바 ‘정보 비대칭’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국내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2년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든 김시창(48) ‘김시창 닷컴’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중고차 매매단지를 가리키며 ‘건달들이 하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적어도 3년, 길게 잡으면 10년에 한 번 정도 중고차 매매단지에 오는 일반 소비자들은 차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는 “주행 거리 조작과 사고 사실 감추기 등이 관행처럼 이뤄졌고, 업자가 마음대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탓에 소비자들이 중고차 매매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에는‘의심’이 스며있었다.
그런데, 중고차 매매 시장이 커지고 딜러들이 생활정보지에 광고 경쟁을 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정보가 돌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인터넷이 일상화 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축적된 중고차 정보를 누구나 검색해 볼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정보 비대칭이 사라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불만을 이야기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도 넣으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차를 사오면 지자체가 지정한 공업사에서 성능점검기록부를 받아야 하고, 1달 이내 또는 주행거리 2000㎞ 미만일 때에는 사후 관리도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이런 규정들을 어기는지 단속도 엄하게 하고 적발되면 영업정지 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간 중고차 거래 건수가 300만대를 넘어 신차 등록 대수의 갑절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차 딜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생긴 것도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했다.
중고차 딜러는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다. 지역별로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에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딜러들이 모인 사업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딜러로 활동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활동하다 부업으로 중고차 매매를 시작했는데, 별다른 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자체 허가를 받은 각 사업장에 소속된 딜러가 되면 사실상 개인 사업자처럼 일한다. 딜러들끼리 서로 조언도 해주고 함께 차량 구매 등에 대해 상의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자 판촉활동을 하면서 영업한다. 김 대표도 북수원매매단지 안에 ‘케이모터스’라는 사업장을 만들어 딜러들을 모집해 운영하면서, ‘김시창 닷컴’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도 열어 자신이 매입한 중고차를 팔고 있다.
생각보다 사업자금 부담도 적다. 중고차를 직접 살 돈이 없어도 같은 단지 안에 있는 다른 딜러의 차량을 팔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도 일할 수 있다. 중고차를 여러 대 산 뒤 시작하는 경우도 리스크가 각각의 차량으로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 “일반 자영업은 사업에 실패하면 가게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지만 중고차 매매는 설령 차 한 대를 팔면서 손해를 본다고 해도 나머지 차량에는 손해가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나 은퇴한 직장인들까지 중고차 매매를 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그렇다고 수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영업이 성패를 가른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 누리집 등까지 생기면서 온라인을 통한 광고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전단지를 돌리고 광고 스티커도 붙여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한 달에 적어도 3~4대 정도를 팔아야 어느 정도 생활이 되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10원 한 장 벌 수 없다. 비는 시간에도 시장정보를 찾아보고, 가격 등도 꾸준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손님이 와도 차량이 없으면 안 되니 차를 사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신차 판매 영업소와의 관계를 맺는 일도 중고차 딜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 중 하나다. 관리도 필수다. 차량을 산 뒤 점검하는 일이나 사업소 명의로 등록하는 일 등은 다 딜러 몫이다. 매일 세척하고 광택도 내야 한다. 그래서 판매 시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하면 다 손해로 이어진다. 매매단지는 1년 내내 문을 여니 휴일도 정해진 날이 없다.
보람은 있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만으로 감사의 말을 듣기도 한다. 김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딜러 가운데 5%도 안 되는 일부가 이른바 ‘허위 매물’을 내놓고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하는데, 심지어 허위 매물에 속아 제주도에서 중고차를 사러 인천까지 왔다가 허탕친 일도 봤다”며 “옷이나 식료품을 사는 것과 달리 차를 사는 일은 개인에게는 큰일인데, 이들이 덜 골머리를 앓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일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고차를 사기 전에는 국토해양부 등에서 제시하는 중고차 구입 요령이나 온라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차량 정보 등을 꼼꼼이 따져보고, 평균 시세도 확인해야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글·사진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