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금 과세부담 큰 차이
지난달 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내 유보금 과세 방침을 처음 언급한 이후 가장 분주해진 그룹은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었다.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데다 유보금도 조단위로 쌓아놓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 6일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두 그룹의 희비는 엇갈렸다.
7일 ‘재벌닷컴’이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에 따라 9대 그룹의 제조업 계열사 45곳의 세부담 발생(과세기준선 α는 80으로 가정)을 추정한 결과를 보면, 현대차(784억원)·기아차(577억원)·현대하이스코(989억원) 등 현대차 주요 계열사들이 내야 할 세금이 모두 3157억원에 이른다. 조사대상 그룹 전체에서 발생하는 세액이 3640억원인데, 거의 대부분(86.7%)을 현대차그룹이 차지하고 하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에스디아이 등 조사대상 7곳 가운데 삼성중공업(66억원)에서만 세부담이 발생한다. 물론 삼성그룹은 서비스업 계열사인 제일기획·호텔신라·삼성화재 등에서 세부담이 발생하지만 총액은 187억원에 그친다.
두 그룹은 국내에선 재계 서열 1·2위이지만 자산이나 매출액, 이익 기준으로 따져보면 그 격차는 매우 크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삼성그룹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24조15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당기순이익은 14조725억원으로 삼성그룹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이익이 두배임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에 따른 세부담은 반대로 발생하는 이유는 두 그룹의 주력 생산 품목과 업계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등 아이티(IT)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그룹은 주요 생산시설을 국내에 두고 있는 탓에 국내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현지 생산·현지 판매가 경쟁력의 주요 변수인 자동차가 주력인 현대차그룹에선 해외 투자가 중심을 이룬다. 정부는 해외투자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계산할 때 투자로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자동차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우리가 삼성전자보다 (세금을)많이 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김경락 기자,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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