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부산모터쇼에 전시된 신형 카니발 복지차량. 이지무브 제공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 2010년 설립
휠체어용 슬로프 탑재·부품 국산화
‘복지차량’ 1년 200대 이상 만들기로
비용 걸림돌…유럽선 개조비 지원
휠체어용 슬로프 탑재·부품 국산화
‘복지차량’ 1년 200대 이상 만들기로
비용 걸림돌…유럽선 개조비 지원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지체장애 3급인 박아무개(당시 71살)씨가 숨졌다. 휠체어 리프트가 끊어지면서다.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퍼졌다. 이후 이뤄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는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탑승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10년을 넘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은 대중교통을 넘어 ‘복지 차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차량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차량에 탈 수 있게 만들거나 장애인들이 보조기구를 활용해 직접 운전할 수 있게 한 자동차다. 복지차량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한 해 1만대 이상 완성차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복지차량 제조업체들이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양산 체제를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개조차량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5일 찾은 복지차량 및 장애인 활동보조기구 제조업체인 ‘이지무브’ 안산 공장에서는 신형 카니발이 개조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출자해 지분 70%를 푸르메재단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10개 공익법인에 기부해 2010년 만든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는 현대차 스타렉스와 기아차 카니발 등을 개조해 장애인용 콜택시 등을 만든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출시된 신형 카니발 개조와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6월 부산모터쇼에서도 선보인 카니발 복지차량은 기존 모델과 달리 휠체어가 오르내리는 슬로프 각도를 5도 정도 낮춰 전동휠체어가 아닌 일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했다. 슬로프 각도가 높으면 팔 힘으로 휠체어를 끌기 어렵다. 슬로프를 접으면 3열 시트를 내려 의자를 활용할 수 있게 한 특허 기술을 적용해 뒷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도 개선했다.
머플러나 휠얼라이먼트 등 교체 주기가 빠른 부품을 손대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복지차량은 대부분 차량 구조를 바꾸는 바람에 고장이 나면 개조를 한 사람이 아니면 고치기가 어려웠는데, 기존 기아차 정비소에서도 정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지무브 안산공장에는 개조 차량뿐만 아니라 손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절할 수 있는 부품과, 팔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대근육 운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핸들 조절 장치 등 각종 부품도 쌓여있었다. 이지무브는 신형 카니발과 각종 부품 국산화를 통해 한 해 200대 이상의 복지차량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카니발은 이미 유럽에서 복지차량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북유럽을 시작으로 복지차량 개념이 도입된 유럽에서는 독일 차량 개조 업체인 ‘파라반’에서 만드는 차량만 연간 1만대에 이른다. 카니발은 크라이슬러 타운앤컨트리(국내명 그랜드 보이저)와 함께 대표적인 복지차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값이 더 싸고 슬라이딩 도어가 달려있으며, 차체 하부 구조가 개조에 유리해 유럽에서 복지차량으로 쓰이는 미니밴의 70%는 카니발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토요타 시에나 등이 연간 7000대 정도씩 복지차량으로 개조된다. 미국은 복지차량 개조 업체가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을 보면 인구 10% 정도는 장애가 있고, 이 가운데 60%는 보조 장비를 갖추면 운전을 할 수 있는 지체장애인데, 이들의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라도 복지차량 관련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1990년대 중반 복지차량 개조업체가 등장했지만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은 아니다. 2000년 전후로 장애인 이동권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그나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이동 목욕 차량 기부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콜택시로 쓰기 위한 수요가 있는 정도다. 10여개 남짓한 업체가 한 해 100대도 만들기 힘든 수준이다.
비용도 걸림돌이다. 북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장애인들이 차량을 하면 개조비를 지원한다. 미국도 직업 활동에 필요한 경우 차량 비용까지 대주고 있다. 차량 지원을 통해 혼자 이동할 수 있는 경증 장애인이 아닌 중증 장애인들도 직업 활동에 참여하게 사회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조직실장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우선 만든 뒤에는 자가 운전 등을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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