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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영세 상공인 ‘벗’ 될수 있어 감사하죠
다마스·라보 100여대 사전예약”

등록 2014-07-29 19:45수정 2014-07-29 22:05

25일 서울 송파구 한국지엠(GM) 가락영업소에서 다마스와 라보 전문 판매원을 자처하는 송병기 이사가 쉐보레 마크 앞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평소 점퍼를 입고 소상공인들과 짐도 함께 나르는 송 이사는 오랜만에 차려입은 정장을 어색해했다. 한국지엠 제공
25일 서울 송파구 한국지엠(GM) 가락영업소에서 다마스와 라보 전문 판매원을 자처하는 송병기 이사가 쉐보레 마크 앞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평소 점퍼를 입고 소상공인들과 짐도 함께 나르는 송 이사는 오랜만에 차려입은 정장을 어색해했다. 한국지엠 제공
경제와 사람
다마스·라보 영업맨 송병기 이사
다마스는 그의 첫 자동차였다. ‘앞으로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고 자동차 판매 일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판 차량이 ‘서민들의 생계형 차량’인 다마스였다. ‘다마스·라보 전문 판매원’을 자처하는 한국지엠(GM) 서울 가락영업소 송병기 이사(48)에게 다음 달 다시 생산을 시작하는 다마스와 라보는 이름마저 애틋하다. 다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친구’, 라보는 그리스어로 ‘일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2009년 자동차 영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신촌에서 노래방과 바를 운영하며 한 달에 2000만원 넘게 벌던 때도 있었던 송씨는 그 해 미련없이 장사를 접었다. 가게에 어린 두 딸을 데려가 밥을 먹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뒤 아이들이 서로 술을 따라주는 놀이를 하는 걸 본 게 계기였다.

1991년 출시 이래 30만대 팔려
단종발표땐 미안해서 개인적 AS

한때 바 운영…월수입 2천만원
두딸 술 권하는 놀이 보고 “아차!”
5년전 마흔 넘어 차 판매 전직

그 때 친구가 권유한 게 자동차 판매였다. 당시 대우자동차판매에 입사했다. 마흔 넘어 “그 나이 먹도록 뭘 했냐”는 욕을 먹어가며 자동차 관련 지식부터 차량 등록 방법 등을 배웠다. 그런 뒤 처음으로 현장에 나갔다. 전단지 몇 장을 쥐어든 채였다. 다마스와 라보 판촉물이었다. 송씨는 “전단지 들고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물류창고 지대에 툭 하고 던져졌을 때의 막막한 심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날 인연이 시작됐다. 작은 물류회사 사무실에 쭈뼛대며 들어갔다. “당신 오늘 당장 차 줄 수 있어?” 사장이 물었다. “다마스 2대가 필요한데 오늘 가져오면 사겠다”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영업소에 딱 다마스 2대가 있었다. 송씨는 “당장 계약서 쓰자고 한 뒤 차를 인도했는데, ‘나도 차를 팔 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송씨는 다마스와 라보를 전문으로 파는 영업맨이 됐다. 그는 “다마스와 라보는 한 대 팔면 손에 떨어지는 수익이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 정도도 안 돼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영업소 인근 가락시장부터 도심 자영업 매장, 서울 외곽 물류 창고 등을 돌고 돌았다. 팔리는 대수가 늘었다.

첫 해에만 자동차 99대를 팔아치운 송씨는 이후 1년에 15만㎞ 넘게 운전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대다수는 생계형 소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었다. 2010년부터 꾸준히 200대 넘게 차를 팔면서 ‘판매왕’에도 올랐던 송씨가 판 차의 70% 정도는 다마스와 라보다.

그에게 다마스와 라보는 단순한 상품 이상이다. 송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생계에 나서는 이들이 타는 차가 다마스와 라보인데, 차를 사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온갖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삶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게 될 때가 많아 남다른 보람과 감동도 느낀다”고 말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정 깊고 의리 있는 다마스, 라보 고객들에게 고마움도 많다. 차를 사준 것도 감사한데 주변 상인들이 차를 살 일이 생길 때면 추천도 해주고 연락도 한다고 했다. “다마스와 라보를 많이 판 것도 결국 그들의 마음 씀씀이 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원망도 들었다. 한국지엠이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한 뒤였다. 송씨는 “2~3년 정도면 벌써 30만㎞를 훌쩍 넘게 운전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와 영세 상인들에게는 1000만원이 안 되는 다마스나 라보는 꼭 필요한 차량”이라고 말했다. 해결책을 낼 수 없는 판매원인 것을 알면서도 “좀 더 기다렸다 단종하면 안 되느냐”는 부탁도 들었다고 한다. 1991년 출시된 다마스와 라보는 지금까지 30만대 가량 팔리며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발이 돼 온 터였다.

올해 들어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되자 송씨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연막 살균제 기계와 워셔액 등을 챙겨 다마스와 라보를 샀던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세차라도 해주고 삼겹살이라도 대접하려 한 일이었다. 그의 첫 차인 다마스와 라보 고객을 향한 개인적인 애프터서비스였다. “1t 트럭 사기는 부담되고, 그렇다고 (빨리 많은 주행거리를 뛰는 다마스와 라보 특성상) 중고차는 사실상 없다시피 한데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도 함께 나눴다.

그러던 중 다음달부터 다마스와 라보를 다시 출시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송씨에게도 소상공인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지난 21일 사전예약 접수 시작 뒤 벌써 100대 넘게 계약했다. 그는 “을지로 인쇄골목, 시장 쌀가게와 아파트 단지 세탁소 등에서 연락이 이어진다”며 “그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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