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설영흥 부회장.
후임에 최성기 베이징현대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사업총괄 담당인 설영흥(69) 부회장이 전격 퇴진했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설 부회장이 퇴진하고 최성기(64) 베이징현대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담당으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쪽은 설 부회장이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인사라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20년간 중국 사업을 맡아온 중국통이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입사하면서 정몽구 회장과 연을 맺었다. 설 부회장은 화교 2세로 대만 청궁(성공)대학 회계과를 졸업하고 개인사업을 벌이며 중국과 대만에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 중국 진출의 핵심 인물이었다. 2002년 현대차 고문으로 일하던 설 부회장은 중국 정부로부터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를 직접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설 부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 중국 4공장 충칭시 유치에 앞장섰지만, 이번에 돌연 물러나게 됐다. 최근 현대차의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가 중국 4공장 입지에 반대하면서 노골화하는 불협화음이 설 부회장의 퇴진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설 부회장은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에서 인맥이 끊겼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정의선(44) 부회장 체제로 가기 위한 ‘길 닦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2월 전격 퇴진한 최한영(62) 현대차 상용담당 부회장과 더불어 정몽구 회장의 가신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어서다. 최 전 부회장은 2000년 정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왕자의 난’을 벌일 때 전면에서 정몽구 회장을 도운 인물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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