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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규제’

등록 2014-03-30 20:48

이정애 기자
이정애 기자
현장에서
“우리에게 친환경 자동차는 그저 공해 없는 자동차가 아닙니다.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을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입니다. 우리 기술력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이며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일간지에 낸 전면광고에 등장하는 문구다. 광고 속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하고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회사로 묘사된다. 광고대로라면, 내년부터 도입될 ‘저탄소협력금제’(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걷거나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현대차에겐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 규제가 아니라 반가운 선물일 터다. 하지만 현대차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탄소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디젤차)나 소형·경차보다는 중대형 가솔린 차량이 판매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중 규제”(2015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연비를 리터당 17㎞로 줄이거나, 탄소 배출량을 140g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과 중복)라거나 “실질적 탄소감축 효과가 적다”는 반박은 ‘이제껏 뭐하다가 제도 도입을 앞두고 딴 소리냐’ 싶을지언정 일견 검토해 볼 여지는 준다. 하지만 “(저탄소협력금제가) 국산차 업체한테 벌금을 받아 외국 수입차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디젤차의 악몽을 잊었느냐’고 운운하는 대목에선 그저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지나친 환경 규제가 국산 디젤 승용차 개발의 발목을 잡아 국내 업체들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정부가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기준치를 유럽의 허용 기준치(유로3)보다 5~25배 이상 높게 책정(1㎞당 0.02g, 올해 9월 도입 예정인 유로 6 이상의 수준)하는 바람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아예 디젤 승용차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규제가 약했던 독일 등 유럽에선 클린 디젤 엔진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당시 정부가 국내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규제 기준을 도입했다는 속사정은 쏙 빠져있다. 부족한 기술력과 비용 급증을 걱정해 높은 규제 기준을 요구했던 건 국내 업체들이었고, 정부는 국내 시장에 높은 ‘장벽’을 쌓아 유럽 디젤 승용차의 진입을 막고 우리 업체들에게 개발 시간을 벌어줬던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대로 된 디젤 승용차 하나 못 만들어 외국차 업체들에게 국내 시장마저 내주고 있는 것은, 돈 되는 중대형 가솔린차 생산·판매에만 집중해온 국내 차 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의 규제 철폐 ‘응원’에 힘입은 자동차 업체들은 지금 디젤차 규제의 잣대를 거꾸로 들이대며 저탄소협력금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 자꾸 현실 안주의 기미를 읽게 된다. 국내 고객들조차 ‘언제까지 애국심에 호소해 차 팔거냐’고 묻고 있다. 현대차가 광고에서 얘기했듯, 친환경차가 미래의 성장동력라고 여긴다면 체질 개선을 위해 먼저 치고 나가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고 싶어진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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