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엔진·일본 변속기 장착해
“직접 타보면 독일차 못지않아”
핵심부품 수입해 국내서 조립하는
외국계 완성차업계 현실 드러내
“직접 타보면 독일차 못지않아”
핵심부품 수입해 국내서 조립하는
외국계 완성차업계 현실 드러내
한국지엠(GM)이 이달 출시한 중형 세단 ‘말리부 디젤’과 독일 자동차를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 시승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새 모델 출시와 비교 시승 등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수입 자동차들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마크 코모 한국지엠 영업·마케팅 부사장은 20일 강원도 강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객을 초청해 (4월께) 말리부 디젤,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과 비교 시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디젤 엔진의 강자이고, 국내 중형 디젤 세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와 정면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쪽은 소비자의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수입차와 다르지 않는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형 디젤 세단을 내놓는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완 한국지엠 파워트레인 부문 부사장도 이날 “파사트도 타봤는데, 결코 말리부 디젤의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수입차보다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타볼 것을 권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이미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비교시승센터 9곳을 열어, 소비자들에게 ‘이름값보다 직접 타보고 고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말리부 디젤을 직접 타볼 수 있는 미디어 시승 행사도 열렸다. 강원도 홍천에서 강릉까지 가는 구간 중 말리부는 설악산 한계령 산악도로와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강한 안정성을 보였다. 유럽에서 수입한 오펠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 변속기를 장착해 묵직한 승차감과 함께 속도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유럽 스타일의 디젤 세단을 사고 싶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만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13일 출시 이후 회사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말리부 디젤의 출시는, 한국지엠과 같은 외국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엔진·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국외에서 수입해 와 자동차를 조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박병완 부사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한국에서 개발하지 않는 엔진을 국내 판매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지엠 패밀리의 이점이다. 한국에서 모든 트랜스미션(엔진·변속기)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엔 이미 전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모델이 수입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회사의 기술과 생산능력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아예 큐엠(QM)3를 개발하는 대신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완성차를 수입하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는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과 경쟁력의 상징이다. 현지 공장과 기술 경쟁력은 인력 구조조정의 실행 여부와 맞닿아 있다. 코모 부사장은 최근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에 대해 “쉐보레 유럽 철수가 확정된 상황에서 지엠이 한국에 영원히 머무르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했다. 우리가 성장한다면 얼마든지 재조정(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릉/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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