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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주가 1000% 폭등…전기차 ‘테슬라’ 열풍 이유는

등록 2014-03-18 20:35수정 2014-03-19 09:49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경제 쏙] ‘차업계 이단아’ 테슬라의 무한도전

‘고급 전기차’를 내세운 테슬라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싸고, 충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전기차의 미래는 어둡다는 얘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는 테슬라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팔렉스포 전시장.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 2대가 진열돼 있는 테슬라 전시장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2년 출시돼 첫선을 보이는 차는 아니었으나, 모델 S가 올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관람객들은 먼저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게 빠진 외양에 감탄하고, 트렁크로 변신한 앞쪽 엔진룸과 2개의 어린이용 카시트를 설치한 뒤쪽 트렁크의 공간 활용성에 또 한번 놀라워했다. 또 차량 안쪽 중앙에 설치된 17인치 대형 스크린을 터치해 내비게이션과 에어컨·히터 등을 작동시켜 보며 신기해했다. “모델 S는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래 탈수록 품질이 좋아지는 차입니다.” 파울라 덴뒤넌 테슬라 유럽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잠재 고객’들에게 열심히 제품을 소개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200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 몇명이 순수 전기차(EV)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창업해, 고급 스포츠카 ‘로드스터’와 5인승 패밀리 세단 모델 S 등 단 2종의 차량을 생산했을 뿐인 ‘풋내기’ 자동차 회사다. 하지만 벌이는 일마다 주목을 받으며 더이상 ‘틈새’ 업체가 아니란 칭송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6월 출시된 모델 S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테슬라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번의 배터리 충전(완전충전)으로 최대 502㎞까지 주행이 가능한 모델 S는 지난해 미국 컨슈머리포트 품질평가에서 역대 자동차 최고점인 99점을 받았다. 7만1000달러(75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차값에도 불구하고, 닛산 ‘리프’에 이어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 판매(2만2477대)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모델 S의 인기로 2010년 나스닥 상장 당시 19달러에 불과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 5월 100달러 선을 넘어선 데 이어 30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려 1000% 이상 폭등한 것이다. 시가총액으로만 따지면,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절반 수준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지난해 9월 이를 두고 “일반 대중이 전기차를 믿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델 S의 성공적 출시 이후, 전기차 시장 진출에 주춤하던 베엠베(BMW)와 르노 등 대형 양산차 업체들도 새로운 전기차 출시에 나서면서 (순수)전기차의 판매(9만5000대)가 111.1%나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전기차 되겠어?” 머뭇댈 때
“모든 차 중의 최고 만들 것”
한번 충전해 400Km 달리는
최고급 스포츠카 로드스터 생산
소형차 매달린 업체와 ‘다른 길’
판매도 직영·온라인으로 혁신

미 컨슈머리포트 ‘모델S’ 최고점
주가는 3년여만에 1000% 폭등
“차를 IT 플랫폼으로 구상” 야망

■ ‘와이낫’ 정신으로 ‘상식’에 도전 테슬라를 굴리는 건 ‘혁신’적 기술력이다. 그 기술력을 구현하는 건, ‘상식’을 뒤집고 ‘안 될 게 뭐람’(why not)이란 자세로 부딪치며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겠다’고 덤비는 벤처 정신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는 안 된다’고 대형 양산차 업체들이 회의할 때 “전기차 중 최고가 아닌, 모든 차 중의 최고를 만들겠다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자동차 업체들이 한창 움츠러들었던 2008년, 테슬라는 첫 차로 최고급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의 생산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전기차의 포르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제로백 3.7초, 최고속력 320㎞/h, 한 번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이 전기차의 가격은 10만9000달러에 이르렀다.

테슬라가 첫 차로 값비싼 최고급 스포츠카 생산을 선택한 건 친환경 전기차의 양산 기반을 마련한 포석이기도 했다. 원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웃돈을 지급할 의향이 있는 고객들이 있는 고급차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저렴한 양산 전기차로 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주행거리(100㎞ 안팎)의 한계를 탓하며 좀더 값싼 ‘도심형 세컨드카’ 콘셉트의 소형 전기차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과는 다른 길로 내달린 것이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성능을 탓하며 전기차 생산에 머뭇거리는 동안, 테슬라는 전용 급속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직접 설치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2012년 8곳에 불과하던 이 충전소를 2015년까지 북미 전역으로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월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2020년부터 매년 전기차 50만대에 들어갈 2차전지를 직접 생산해, 차량용 배터리를 원활하게 공급받겠다는 것이다.

■ ‘이것은 차가 아니다!’ 테슬라의 상식을 뒤엎는 행보 뒤엔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엘런 머스크(43)가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머스크는 인터넷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태양광 제조회사 솔라시티에 투자하고, 로켓 제조발사회사 ‘스페이스X’의 대표이사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그의 성향이 반영된 탓일까. 테슬라는 단순히 친환경차를 넘어 ‘차 이후의 차’까지 구상하고 있다. 차를 하나의 ‘정보기술(IT)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3년 내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율주행 자동차(무인 자동차) 생산에까지 목표가 닿아 있다. 종합해 보면, 테슬라는 내연기관(엔진)과 석유 에너지에 기반을 둔 이동수단으로 한정됐던 자동차 산업 100년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테슬라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는 2012년 출시됐지만 요즘도 모터쇼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돌풍의 주역이자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밴 모양의 전기차와 3만달러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등 후속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터스 제공

■ 자동차 판매 방식에도 도전 테슬라는 자동차의 개념뿐 아니라 자동차 판매 방식에도 도전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세계 31개 직영 판매점과 온라인 매장을 통해 차를 팔고 있다. ‘가격 흥정’ 위주로 굴러가는 현재의 프랜차이즈 딜러(중개인) 체제의 자동차 판매 시장에선 신생 업체의 전기차를 제대로 알리고 판매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직영 판매점에서 당장 차 한 대를 파는 데 주력하기보다 ‘잠재 고객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고 차량 보관 때문에 주로 도심 외곽에 자리하는 프랜차이즈 딜러들과는 달리 쇼핑몰이나 극장가 등 이동자가 많은 주요 거리에 매장을 설치한 것도, 오다가다 들러 전기차에 대한 설명을 한번 들어보라는 취지라는 것이다.

테슬라의 이런 판매 혁신은 수익 감소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프랜차이즈 딜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뉴저지주 자동차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차를 소비자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데 이어, 뉴욕주도 테슬라의 직접판매에 제동을 걸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테슬라의 직판을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혁신을 막는 것”이라며 “테슬라는 이런 위헌적 상황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테슬라 열풍은 거품일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맞게 된 커다란 ‘반격’은 테슬라 열풍이 금세 꺼질 것이란 회의론에 부채질을 한다. 하지만 이미 테슬라가 몰고 온 혁신이 세상을 돌이킬 수 없이 변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20년께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를 것이란 전망에 크게 이견이 없다. 이미 세계 양산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데다,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와 차량 경량화, 각종 스마트 기능 관련 산업들도 꿈틀거리고 있다.

테슬라의 친환경 혁명도 가속이 붙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말 미니밴을 닮은 스포츠실용차(SUV) ‘모델 X’를 선보이는 데 이어, 2015년엔 3만달러대 양산 전기차 ‘모델 E’를 선보인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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