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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엠3 인기 고마워요”…공장폐쇄 위기 넘기고 활기

등록 2014-03-10 20:01수정 2014-03-10 21:18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30㎞가량 떨어진 바야돌리드 르노자동차 공장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 노동자들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캡처’(한국명 큐엠3)를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30㎞가량 떨어진 바야돌리드 르노자동차 공장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 노동자들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캡처’(한국명 큐엠3)를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그룹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모두스’ 모델 실패로 일감 ‘뚝’
직원 중 절반이 실직 내몰려
파업 진통 끝에 노사정 대타협
캡처 생산 석달만에 2교대 부활
※큐엠3 : 국외명 ‘캡처’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230㎞. 지난 7일(현지시각), 끝없이 이어지는 너른 평야지대를 2시간30여분 달리자 공업도시 바야돌리드가 나타났다. 이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르노그룹의 공장 앞마당엔 두가지 색(투톤)으로 곱게 ‘옷’을 차려입은 크로스오버실용차(CUV) ‘캡처’(한국명 ‘큐엠3’)가 줄지어 선 채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국과 유럽 등 전세계 시장으로 실려나갈 차들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 폐쇄 위기감으로 흉흉했던 이 공장엔 최근 들어 다시금 활기가 돌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캡처를 많이 사준 덕분이죠. 올해는 꼭 3교대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카를로스 이스키에르도 프로덕트 매니저·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짐짓 장난스런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

르노그룹의 세계 16개 ‘생산기지’ 중 하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효자’ 상품 캡처의 판매 돌풍에 힘입어 이제 막, 지난 10년의 ‘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소형차 ‘클리오’를 생산하면서 2004년 말까지 르노그룹 내 가장 효율성 높은 공장으로 꼽히던 이 공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 폐쇄 위기를 겪으며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신차 ‘모두스’ 생산에 ‘올인’하기로 한 경영진의 전략이 실패한 탓이었다. 기예르모 마누엘 바야돌리드 공장장은 “모두스가 성공할 것이란 기대 속에 클리오 물량 전부를 프랑스 공장으로 이전했는데, 모두스가 예상외로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2006년 차량 생산량이 7만9474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간 30만대 생산 캐파 근처를 채우긴커녕, 1교대제로 공장을 돌릴 정도로 인력이 남아도는 실정이었다. 2008년 닥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어진 유럽 경제위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01년, 28만7020대에 육박했던 생산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났고, 바야돌리드 공장에서만 2000~3000명이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는 등 직원들은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2006년 1만1955명(인근 팔렌시아 공장 포함)에 달했던 공장 직원 수는 2012년 7823명까지 줄었다.

40년 넘게 지역사회를 지탱해왔던 공장이 흔들리면서 대규모 파업이 이어졌고, 1만6000명이 넘는 시민들까지 일감을 요구하는 시위에 합류했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2009년 ‘노사정 대타협’이란 이름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지역·중앙 정부가 세제 혜택과 훈련비 등을 지원하고, 노조의 강도 높은 ‘경쟁력 개선’을 전제로 회사가 ‘신차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였다. 노조는 일감을 지키기 위해 2013년까지 4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물론,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받아들여야 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40㎞ 떨어진 팔렌시아로 전환배치될 수 있다는 내용도 수용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회사는 바야돌리드 공장에 전기차 ‘트위지’(2011년 말)와 캡처(2013년)를 투입했다.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캡처는 바야돌리드 공장에 회생의 숨통을 틔워줬다. 캡처 생산 3개월 만에 공장은 2교대로 근무체제를 전환했고, 650명을 신규 채용했다. 공장 생산량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0만대를 넘어섰다. 회사는 올해 캡처만 2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등 최근 10년 내 최대 물량을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이런 계획은 임금 동결 조처를 2016년까지 4년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한 노조의 ‘양보’를 바탕으로 쓰여지고 있다. 마누엘 공장장은 “여전히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르노의 다른 글로벌 공장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르노의 전세계 다른 공장에 일감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말이다. 캡처의 인기가 높은 한국 등에서 캡처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회사 쪽에선 그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는다. “(캡처를 어디서 생산할 것인지)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며, 도리어 공장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바야돌리드(스페인)/글·사진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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