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현대차와 가격협상중
t당 8만~9만원 인하 가능성
증권가 “올 영업익 1032억 줄것”
주가 나흘새 12%나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 손실 잇따라
t당 8만~9만원 인하 가능성
증권가 “올 영업익 1032억 줄것”
주가 나흘새 12%나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 손실 잇따라
현대자동차가 계열사이면서 납품업체인 현대제철에 자동차 강판 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제철은 대주주이자 고객인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8만~9만원 인하할 것으로 보여,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져 현대제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대주주인 현대·기아차는 납품가 인하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7일 “현대차에서 국제시세 흐름에 따라 강판 값을 인하해줄 것을 요청해와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인하 요구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반응이다. 증권업계는 현대차가 다음달 출시하는 ‘엘에프(LF) 쏘나타’ 생산을 앞두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강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 역시 이날 “현대차로부터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t당 80만~100만원 선인데, 업체들은 영업상 비밀이라며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가격 인하에 따른 타격은 현대제철이 포스코보다 훨씬 크다. 케이디비(KDB)대우증권이 27일 낸 보고서를 보면,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으로 보내는 자동차용 강판은 연간 철강 판매량 가운데 24%를 차지한다. 한해 340만t 규모다. 이 자동차 강판의 가격이 t당 8만~9만원 떨어지면, 현대제철은 올해 영업이익이 1032억원 줄어들 것으로 케이디비대우증권은 예측했다.
현대제철의 수익 감소가 업계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 가격을 낮출 경우, 전자나 조선업계에서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때 할 말이 없게 된다”고 했다. 현재 철강은 공급과잉 상태여서 수요자 쪽의 입김이 세다. 게다가 올해 봄부터는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재료인 열연 가격이 t당 2만~3만원 인상될 예정이다. 자동차 강판은 쇳물이 나온 뒤 슬라브·열연·냉연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즉, 재료 값이 올라 강판 가격을 올려야 할 판국에 현대제철은 반대로 값을 낮춰줘야 할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에 따른 영업 손해가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현대차의 가격인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철강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간 가격 협상 때는 협상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이 대주주다. 또 판매량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는 수요처라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고로를 완성하면서, 늘어난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강판 등으로 팔아야 해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이피(JP)모건이 유연탄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등 원료 가격이 하향 안정세다. (원료 값이 내려)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월요일인 24일 7만9600원으로 출발했던 현대제철 주가는 27일 7만100원으로 마감했다. 나흘 만에 12%나 추락했다. 전승훈 케이디비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협상을 계기로 시장이 계열사 내부시장(캡티브 마켓) 보유로 인한 위험(리스크)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룹 맏형인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현대제철의 수익을 줄이면, 현대제철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손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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