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말리부’
한국GM ‘말리부’ 타보니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처음부터 제품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이런 평가를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지엠의 중형 자동차 말리부가 그렇다. 처음 받은 평가보다는 현재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차다.
2014년형 말리부는 2013년형 모델보다 한발 더 개선됐다. 사각지대 경보시스템이 장착돼, 운전자의 눈이 닿지 않는 트렁크 옆 부분에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기 쉽다. 또 앞좌석 중앙 콘솔박스 뒤쪽에 통풍구를 달아, 다른 중형차들처럼 뒷좌석에 탄 동승자들이 쉽게 냉난방을 할 수 있게 했다. 2013년형 출시 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점들이다.
말리부는 이런 개선을 이미 크게 한차례 했었다. 2013년형 모델은 아예 변속기를 갈아 끼웠다. 2011년에 처음 나온 말리부가 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자, 연식변경 모델인데도 아예 변속기를 교체한 것이다.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 모델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분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뒷좌석 편의성이나 엔진 출력과 변속기 궁합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시승을 하면서 이런 말리부의 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시내를 주행하며 시속 60~80km/h를 유지할 때 말리부는 적절한 힘을 냈다. 2.0ℓ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41ps/6200rpm, 최대토크 18.8kgm/4600rpm의 힘을 발휘한다. 2013년형 모델부터 장착한 ‘GEN2’ 변속기는 보다 숙성됐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매체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은 “저속에서 부족한 듯 했던 토크감도 살려냈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굳이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가속을 해 준다”고 평했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 고속 주행을 하기엔 아직 엔진 힘이 아쉬운 감이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쏘나타보다 든든했고, 유럽 스타일의 딱딱한 에스엠(SM)5 보다 적절했다. 유턴을 하거나 회전을 할 때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도는 코너링이 좋았다. 차체가 작지 않음에도 재빨리 돈다는 느낌이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차체 강성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위에 컨테이너 4개를 쌓아 차체가 16t 무게를 버텨내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가족용 세단으로서 말리부는 괜찮은 선택이다. 국내 차 가운데 최대규모인 큰 트렁크(545ℓ)도 요긴하다.
물론 이 때문에 차가 무거워 연비(11.6km/ℓ·자동변속기 복합기준)가 높지 않은 것은 감수해야 한다. 공차중량은 1530㎏으로 쏘나타나 에스엠5보다 100㎏ 이상 더 나간다.
가격이 오른 것은 더 아쉽다. 2014년형 모델은 편의사양 등의 추가가 있지만 트림별로 100만원 가량 올랐다. ‘LTZ 디럭스’(3069만원) 모델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현대차는 일부 차종의 가격을 낮추면서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앞좌석 위 썬글라스 박스의 위치도 이상하다. 백미러(리어 뷰 미러)와 부딪혀 안경을 꺼내기 쉽지 않다.
자동차 시장은 새 차가 출시될 때 ‘신차 효과’가 중요하다. 기대 수요 탓에 판매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첫 차의 이미지가 향후 판매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말리부는 부족했던 첫 차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에 인상적인 차다. 운전자의 실력이나 자동차의 실력도 좋아져야 맛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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