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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중고차 시장에서 ‘호갱님’ 안 되려면…

등록 2014-02-03 21:02수정 2014-02-04 20:30

베테랑 중고차 딜러들은 ‘값싸고 품질도 좋은’ 중고차는 없다고 단언한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연합뉴스
베테랑 중고차 딜러들은 ‘값싸고 품질도 좋은’ 중고차는 없다고 단언한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 3인에게 물었다

값싸고 좋은 차는 없다…성능 점검 기록부 ‘X’ 유의
차 번호 검색 뒤 ‘차주 딜러’와 거래하면 훨씬 저렴
“마진이 얼마나 되냐고요? 중고차 값은 ‘생물’이에요. 싱싱할 땐 부르는 게 값이지만, 시들해지면 똥값이 되기도 해요. ‘적게 남기고 빨리 팔 거냐, 좀 묵혀도 더 받을 거냐’ 딜러 맘 먹기에 따라 마진이 매번 달라져요.”(수입 중고차 딜러)

중고차 가격은 차량의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유무는 물론이고, 관리 상태와 심지어는 색깔까지도 ‘변수’로 작용한다. 개별 소비자가 적정가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격을 결정하는 힘의 추는 딜러 쪽에 기울었고, 소비자들은 자칫 ‘호갱님’(어수룩해 이용당하는 고객)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한다.

‘중고차를 잘 사고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전문업체 에스케이(SK)엔카의 차량평가사 이승철 주임과 국내 최대 중고차 판매단지 엠파크에서 중고차 딜러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시완 코카스모터스 대표, 1990년대 초반 피시(PC)통신 등을 통해 ‘중고차 무료감정’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던 홍순문 중고차드림팀 대표 운영자 등 중고차 전문가 3인에게 물었다.

자동차 등록대수 2000만대, ‘1가구(4인가족) 2 자동차’시대를 눈 앞에 둔 요즘, 중고차 시장에 오는 이들은 대개 자기 차를 몰고 온다고 한다. “지금 타는 차를 내놓고 다른 중고차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게 김시완 대표의 설명이다. 중고차 시장의 ‘스타’는 스포츠실용차량(SUV)이다. “이중에서도‘진선불패’”라고 이승철 주임은 얘기했다. “진주색 차량에 선루프를 장착한 차는 없어서 못 팔 정도죠. 특히 20~30대 고객들은 거의 이 모델만 찾습니다.”

SK엔카 이승철 주임
진주색에 선루프
SUV ‘진선불패’
없어서 못팔 정도


코카스모터스 김시완 대표
성능점검기록부 ‘X자’
많을수록 사고 많아
지붕·휠하우스 요주의


중고차드림팀 홍순문 대표
미리 차번호 검색 뒤
‘차주 딜러’와 거래
훨씬 싸게 살 수 있어


비단 스포츠실용차량만 그런 게 아니다. 김 대표는 “차 색상이 아무리 다양해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선 화물차 빼면 무조건 흰색 아니면 검정색이다. 특히 대형 세단은 무조건 검정색이라야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일 차종이라도 색상에 따라 값이 1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고가 없으면서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제값을 받고 팔기 수월하다. 연 평균 1만5000~2만㎞를 기준으로, 3년 된 차는 신차 가격의 60~70%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수리비가 많이 드는 수입차와 대형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처럼 크게 대중화되지 않은 차량은 감가상각률이 50%로 조금 더 높다. 이 주임은 “수입차의 경우, 신차 보증수리 기간이 남아있다면 값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연비를 고려해 하이브리드 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중고차 판매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가 늘고 신차 업체들이 홍보를 강화하면서 중고 시장에서도 제법 매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수요가 있어 팔기가 어렵지는 않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자, 그럼 중고차를 제값 주고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변수가 작동하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격 결정의 ‘원리’가 있다. “단언컨대 싸고 좋은 차는 없다”(이 주임)는 것이다. 주행 거리도 짧고 심지어 ‘무사고’인데 가격까지 싸다면? “일단 ‘허위매물’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허위매물을 피하기 위해선, 직원들이 직접 매물을 확인하고 올리는 규모가 크고 공신력 있는 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통해 먼저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홍순문 대표는 말했다.

‘바가지’를 피하기 위해선 중고차 시장의 판매 구조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중고차 딜러들은 자기가 매입한 차를 소비자들에게 판매(차주 딜러)하는 동시에 다른 딜러가 보유한 차를 판매(안내 딜러)하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차를 한 딜러가 모두 갖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 과정에서 안내 딜러들이 (차주 딜러가 제시한 가격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더 마진을 붙인다”고 귀띔했다. 소비자가 차주 딜러와 직접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면, 거래수수료는 물론 추가 웃돈까지 더 물 수 있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미리 원하는 차의 번호와 가격을 검색해보고, 직접 차주 딜러를 만나 거래하면 훨씬 저렴하게 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주 딜러를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자동차등록원부와 성능점검기록 원본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중고차 구입 시 지불하는 ‘명의이전비’를 꼼꼼히 정산하는 것도 새는 돈을 막는 방법이다. 딜러들은 만일에 대비해 대개 20만~30만원 이상을 추가한 이전비를 미리 받는데, 고객이 요구하지 않으면 돈이 남아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홍 대표는 “중고차 구매 시 차값과 이전비는 별도로 정하고, 남은 이전비를 정산해줄 것을 미리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가격만큼, 아니 가격보다 중요한 건 차량의 품질이다. 중고차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선 자동차등록원부와 성능점검기록부, 사고이력(www.carhistory.or.kr)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소유자의 변동사항, 용도 변경 여부, 압류·저당 여부는 물론 침수 및 사고 여부 등이 이를 통해 확인된다.

사고차라고 무조건 꺼릴 필요는 없다고 세 사람은 조언한다. “사고가 났던 자동차라도 수리와 관리가 잘 됐다면 성능에는 이상이 없고 무사고차 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오히려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고차 딜러들도 선뜻 매입하지 않으려는 차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 주임은 “침수차와 접합차(차 두대를 이어붙인 차)는 절대 매입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차량 기계장치 등 내부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대개는 성능점검기록부에 그려진 자동차 각 부위에 ‘X자’ 표시가 많을수록 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붕과 휠하우스가 수리된 차는 전복 등 대형사고가 있었던 차로 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또 차량 뒤쪽보다는 엔진룸 등 구동장치가 몰려있는 앞 부분의 수리가 많은 차는 후순위로 미뤄두는 게 좋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경차는 연식이 오래되지 않거나 주행거리가 짧은 중고차 매물이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사고에 더 취약한 만큼 사고 내역을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류를 통해 사고 여부와 관리 상태 등을 파악했다면 실제로 몰아보는 게 필수다. 엔진·변속기 상태 등은 서류로는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 미만이긴 하지만 중고차도 시승이 가능하다. 홍 대표는 “정비사를 대동하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동일한 차를 현재 타고 있는 동료와 함께 3~4대의 차를 비교 시승한 뒤 선택할 것”을 권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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