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그룹
쌍용차 ‘X100’ 플랫폼 기술 공유
SUV차량 ‘S102’ 인도 생산 추진
“쌍용차 투자 없다” 선언하면서
공동개발 명분 기술만 가져가
‘상하이차 먹튀 재연’ 우려 커져
쌍용차 ‘X100’ 플랫폼 기술 공유
SUV차량 ‘S102’ 인도 생산 추진
“쌍용차 투자 없다” 선언하면서
공동개발 명분 기술만 가져가
‘상하이차 먹튀 재연’ 우려 커져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이하 마힌드라)이 소형 스포츠실용차량(SUV)인 ‘S102’의 인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S102는 쌍용차가 개발해 2015년 초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X100’ 플랫폼(차량의 기본 골격)을 기반으로 한 차량이어서, 쌍용차의 기술이 인도 기업으로 고스란히 유출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영자지 <이코노믹 타임스>의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 내용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신문은 “마힌드라가 포드의 에코스포트에 대적할 만한 소형 스포츠실용차량의 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다. S102란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차량이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공동 플랫폼 작업에서 나오는 첫번째 신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S102가 2015년께 글로벌 출시 예정인 쌍용차의 X100 플랫폼에 기반한 차량”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며, “이 신차가 마힌드라의 인도 나시크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힌드라는 2012년 1월 ‘4년 동안 3~4종의 신차를 출시해 세계적인 스포츠실용차량 제조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내용이 담긴 쌍용차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회사의 연구개발(R&D)과 플랫폼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플랫폼 공유 차종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관계자들은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쌍용차가 개발한 X100 플랫폼을 가져다가 마힌드라가 인도 사정에 맞게 조정해 생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쌍용차의 기술을 이전해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얘기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기술 이전의 실속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11년 쌍용차를 5225억원에 인수한 마힌드라는 지난해 800억원을 유상증자한 것을 끝으로 ‘쌍용차에 대한 투자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면담한 뒤, 청와대가 마힌드라가 마치 쌍용차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오도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마힌드라 등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쌍용차의 현장조직인 민주적 현장조직 건설 추진위원회(민추위)는 22일 사내에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S102와 X100의)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건 사실상 기본구조가 같은 차를 만든다는 것인데, 공동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마힌드라가 X100 기술을 날로 먹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과거 상하이 자동차의 ‘먹튀’ 논란 재연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현재 개발중인 6종류의 엔진(1.2~1.6ℓ) 외에 1.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을 추가로 개발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코노믹 타임스> 17일 보도)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점화되는 모습이다. 회사 쪽은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하지만, “인도 시장을 겨냥한 마힌드라를 위해 쌍용차가 대신 기술개발을 해주고 있는 것”이란 반박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쌍용차가 최근 모터쇼 등에서 내놓은 콘셉트카(SIV-1, LIV-1)는 중·대형 스포츠실용차량이라 이런 엔진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민추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쌍용차 이사회가 승인한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협력개발을 위한 초기기초협약(Initial-Framework)’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초기기초협약에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기술특허를 무상으로 공유(크로스 라이선스)하는 등 마힌드라로 쌍용차의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각종 조건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선 ‘800억 유상증자가 사실상의 기술이전료’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이런 의혹에 대해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마힌드라와 관련된 기술 공유 및 이전 등 특정거래에 대한 사항은 마힌드라 쪽 이사가 배제된 이사회를 거쳐 투명성을 확보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싸게 기업을 인수해 기술 이전 효과를 취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보편적 특징”이라면서도 “기술유출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는 마힌드라가 X100 이후 쌍용차의 구체적인 신차 및 엔진개발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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