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5만대 판매…출범 이후 내수 ‘최대 실적’
단종 앞둔 다마스·라보가 실적의 13.7% 차지
주력 모델 대부분 판매 감소 보여 외려 ‘빨간불’
단종 앞둔 다마스·라보가 실적의 13.7% 차지
주력 모델 대부분 판매 감소 보여 외려 ‘빨간불’
한국지엠이 2013년 한 해 동안 내수시장에서 총 15만1040대를 판매했다고 2일 발표했다. 회사 쪽에서는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라고 환호성을 치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난 12월 내수 판매는 총 1만7853대로 전년도 같은 달(1만4279대)보다 25% 증가하며, 역대 월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최근 6개월 연속 전년도 같은 달 대비 내수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4분기 내수 판매 실적(4만5875대)도 역대 최대 분기 기록을 새로 썼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10.2%로, 목표치를 넘겼다. 온통 ‘최대’란 말로 수식된 판매실적 표만 보면, 한국지엠이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적표’의 속을 들여다보면,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우선,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의 판매가 내수 실적의 13.7%(2만662대)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탁·택배업자와 중소 상공인의 영업활동용으로 인기를 끄는 다마스와 라보는 강화되는 환경·안전 규제 탓에 올해 단종을 앞두고 있다. 단종을 앞두고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린 탓에 지난해보다 판매가 각각 36.5%, 65% 늘었다. 12월 실적으로만 봐도, 2012년보다 각각 117.9%, 114.1% 증가했다. 내수 판매의 10% 정도를 책임져왔던 다마스·라보의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소형차 아베오와 스포츠실용차량(SUV)인 캡티바를 제외한 주력 차종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가 지난 한 달 동안 6382대나 판매되는 등 내수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듯 보였지만, 연간 전체 실적(6만969대)으로 보면 2012년보다 -5.9%나 감소했다. 아베오와 캡티바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3423대, 7720대가 팔려 2012년보다 30.6%, 64.9%씩 성장했지만, 준중형차 크루즈(-13.3%)와 중형차 말리부(-14.5%), 준대형차 알페온(-44%), 7인승 다목적 차량인 올란도(-9.1%) 등 전 차종이 대부분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유일한 신차였던 크로스오버실용차량(CUV) 트랙스의 성적도 부진했다. 트랙스는 지난해 2월 출시 당시 월간 판매 1500대를 목표로 제시했으나, 12월 말까지 목표치에 턱없이 못미치는 8064대를 파는데 그쳤다.
한국지엠은 지난 달 초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수출을 2015년께부터는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내수시장 활성화로 그 손실분을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주력 모델 대부분이 판매 감소를 보인데다 내년에는 말리부 디젤 모델 출시 외에는 특별한 신차 계획마저 없어, 한국지엠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올 조짐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올해 연말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이 중단되긴 했지만, 환경·안전 규제 유예에 대한 정부와의 논의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조건부 유예를 받게 되면 생산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에도 신차는 트랙스 하나 밖에 없었지만, 파워트레인 변경 등 상품성 개선모델(페이스리프트) 출시로 내수시장 판매를 늘렸다. 올해도 이런 정책과 함께 서비스 고객만족도를 더 높여 내수 시장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