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 국외 시장점유율 하락
국내 공장가동률도 100.3% ‘포화’
넘치는 수요 증설없인 감당못해
전문가들 “공장증설 시간문제”
국내 공장가동률도 100.3% ‘포화’
넘치는 수요 증설없인 감당못해
전문가들 “공장증설 시간문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질적 성장’을 강조한 이후,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현대차의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진원지는 지난 23일 현대차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해외법인장 회의다. 정몽구 회장과 본사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6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물량 공급 부족을 해소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거론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현대차가 충칭(유력 후보지) 등 중국 서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4공장 외에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연산 30만대)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연산 20만대)에 각각 생산량 15만대, 10만대의 공장을 신·증설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무선에서 나온 여러 안 중 하나일 뿐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질적 성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해외 공장 증설은 시간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은 틈을 타고 생산에 가속 페달을 밟아왔던 현대차는 2010년 이후 질적 성장 전략을 앞세우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연간 판매 ‘1000만’ 고지 달성을 위해 무리한 양적 성장을 추구하다 품질 문제로 휘청거린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선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런 현대차에 2년여 만에 양적 성장이라는 ‘유턴’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건,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공급 능력이 부족해서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글로벌 공장 가동률은 107%. 자동차 시장 회복세가 뚜렷한 미국 시장은 이 수치가 113%에 달한다. 해외 생산 부족분을 떠받쳐오던 국내 공장 가동률도 100.3%로 꽉 찼다. 게다가 올해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면서 근무시간이 단축(20→17시간)됐고, 생산직 노동자들의 고령화(평균 47살)로 임금 보전 없는 증산에 대한 거부감마저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년 상반기엔 ‘엘에프(LF) 쏘나타’(2014년 상반기)가, 2015년 하반기엔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신차가 예정돼 있다. 현재 점유율을 지키면서 신차 판매로 성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생산 라인이 이를 받쳐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지난 10월 ‘2014 자동차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시장에 기회가 있을 때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년에도 생산 (부족)이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 업체들이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공장 건설을 하는 데 1.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현대차의 중국 4공장과 미국, 러시아의 공장 신·증설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한다고 쳐도 10년 뒤엔 연간 1100만대는 생산해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 외에도 브라질과 멕시코(기아차)에서도 순차적으로 신·증설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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