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K7 하이브리드 잇단 출시
수입차도 차종 늘려 시장 공략
디젤보다 연비 ‘월등’한 수준 아니라
시장 커져도 판매 대폭 늘진 않을듯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가 성패 좌우
수입차도 차종 늘려 시장 공략
디젤보다 연비 ‘월등’한 수준 아니라
시장 커져도 판매 대폭 늘진 않을듯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가 성패 좌우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밥상’이 풍성해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쏘나타와 그랜저, K7,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따라 출시했다. 내년에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 계획들도 잡혀 있어,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차량 선택 폭은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K7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로 현대·기아차는 준중형(아반떼·포르테)·중형(쏘나타·K5)에 이어 준대형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랜저와 K7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1등급 기준인 16.0㎞/ℓ를 달성한 게 특징이다. 이들 회사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1년 운행할 경우 그랜저 가솔린(2.4모델)보다 98만원, 5년 주행 때는 약 490만원을 절약(휘발유 1리터당 1877원, 연간 2만㎞ 주행 기준)할 수 있으며, K7 하이브리드의 경우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1년에 128만원, 5년 주행 때에는 64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년여 만에, 연비를 앞세운 신모델을 대거 투입해 수입 디젤차에 밀려 주춤했던 국내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 수입 하이브리드차는 7개 브랜드 18개 모델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선도주자’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미국의 포드까지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내년엔 이 라인업이 조금 더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건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수입 하이브리드차 10대 중 9대(96%)를 판 한국토요타다. 한국토요타는 내년에도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토요타는 내년 상반기께 국내 시장에 렉서스 ‘시티(CT)200h’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내년에 글로벌 양산에 들어가는 스포츠 쿠페 ‘아르시’(RC)와 소형 스포츠실용차(SUV)인 ‘엘에프-엔엑스’(LF-NX)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시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차 출시 대열에 빠지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국내 최초의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인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엔 최상위 모델인 ‘S클래스’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모델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베엠베(BMW)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인 ‘i8’을 내년 9월께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디젤차가 중심이 되겠지만, 벤츠의 친환경차에 대한 기술력을 선보이는 한편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들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 신차 출시가 잇따르면서 디젤 수입차가 절대 강세를 보여왔던 국내 친환경차 시장 판도에 새바람이 불지도 관심거리다. 올해 11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2만10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6207대)보다 19.5%나 줄었고, 수입 하이브리드차도 지난해(5642대)보다 판매가 7.8% 감소한 5200대에 그치는 등 하향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차 출시로 인한 판매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디젤차 선호도가 워낙 높은데, 하이브리드차의 연비·가격 경쟁력이 디젤차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독일차들이 디젤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가격마저 낮추고 있어 내년에도 디젤차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판매 확대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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