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자동차 카페서 차체균열 의심 사진
현대차 해명으로 해프닝 처리됐지만
지난달 강판 문제로 생산가동 멈춰
“안전성 홍보하더니…” 소비자 ‘시끌’
무거운 철강재 탓 연비 하락 논란도
현대차 해명으로 해프닝 처리됐지만
지난달 강판 문제로 생산가동 멈춰
“안전성 홍보하더니…” 소비자 ‘시끌’
무거운 철강재 탓 연비 하락 논란도
지난 18일 오전, 자동차 관련 각종 온라인 사이트들은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의 ‘차체 균열’ 논란으로 들끓었다.
현대차가 내놓은 신형 제네시스 홍보용 책자(카탈로그)에 실린 차량 프레임 사진에서 균열로 의심되는 ‘검은 선’이 발견된 게 발단이었다. 최초로 사진을 올린 게시자는 “균열이 아닐 수도 있다”며 유보적 의견을 보였으나, 게시판엔 금세 제네시스 균열 추정과 관련된 글들이 잇따랐다. 신형 제네시스에 사용된 ‘초고장력 강판’의 안전성 자체를 문제 삼는 글까지 올라오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듯했던 논란은 “사진에서 보이는 검은 선은 균열이 아니라, 용접 전 사용하는 구조용 접착제”라는 현대차의 해명과 함께 반나절 만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신형 제네시스는 차체와 차체를 고전압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용접하는 ‘스폿 용접’ 방식을 사용하는데, 용접 전 바른 구조용 접착제가 껌같이 늘어져 용접 부위와 관련 없는 부분에 튀면서 생긴 것”이라는 현대차 쪽의 설명이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신형 제네시스에 사용된 초고장력 강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차’를 지향하며 신형 제네시스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다. 현대차는 지난달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신형 제네시스만을 위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초고장력 강판(AHSS)급 강판을 개발했다”며 “초고장력 강판의 적용 비율을 (독일 고급차들보다 최대 3배나 많은) 51.5%까지 늘리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 부위를 123m로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고연비·경량화’ 추세에 맞춰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가벼운 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과 달리, 오히려 철강재의 비중을 높이는 역선택을 한 것이다. 이 선택은, 무게는 구형 제네시스보다 최대 250㎏까지 늘고 연비는 0.2~0.3㎞/ℓ 정도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현대차 쪽에선 “안전이 연비보다 우선”이라고 반박하지만, 일각에선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연비까지 놓치게 된 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반나절의 해프닝이 보여주듯, 연비 논란은 이제 초고장력 강판의 안전 논란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차체 균열 사진과 함께 18일 온라인상에서 ‘현대차 울산 5공장의 신형 제네시스 생산 라인이 차체 프레임 균열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얘기가 떠돈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한겨레>의 취재 결과 한때 제네시스 생산라인이 중단됐던 건 사실이었다. 울산 5공장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때 생산이 중단됐으나, 현재는 문제가 개선돼 생산이 재개됐다. 다만 (일시적 생산 중단으로) 11월 말 출고 예정이었던 물량들이 내년 1월1일로 출고 일자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11월 말 초기 생산 과정에서 잠시 라인 가동을 중단한 건 사실이지만,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판매용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20만㎞ 이상을 주행한 파일럿 차량 1대의 리어 서스펜션 부분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만한 미세 균열이 발견됐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엄격한 품질 관리 차원에서 부족한 점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생산된 초기 차량은 판매하지 않고 연구소 등에서 테스트 차량으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과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신차 생산 초기엔 차량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현대차가 연비까지 포기하면서 안전을 택했다고 홍보해놓고도, 신차 생산이 시작된 뒤에야 파일럿 차량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원 인사와 4륜구동 차량의 판매가 잘되는 겨울철에 맞춰 신차 출고 일정을 맞추다 보니 좀 서두른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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