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7월 한-EU FTA 발효 관세 폐지
엔저 지속 전망에 수입차 공세 강화
동급서 국산차보다 싼 차종도 등장
국산차들 ‘개별소비세 선보상’ 맞불
엔저 지속 전망에 수입차 공세 강화
동급서 국산차보다 싼 차종도 등장
국산차들 ‘개별소비세 선보상’ 맞불
‘국산차 대 수입차의 경쟁 예고편일까?’
연말을 맞아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할인 혜택을 강조하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업체들의 연말 할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체들은 연초에 세웠던 목표치를 채우고, 연식변경 모델 및 신차 출시를 앞둔 재고 소진 차원에서 연말이면 관행처럼 할인 행사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 할인 행사는 조금 다르다. 내년엔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가 완전 폐지(7월)되는데다, 엔저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점유율 13%를 찍은 수입차 업체들이 내년에는 내수시장을 파고들 여력이 더 커진 만큼, 올 연말 판촉 행사는 내년 국산차와 수입차의 본격적인 경쟁을 앞둔 ‘전초전’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 연말, 콧대 높던 수입차 업체들은 국산차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가격대를 낮추며 내년 달리기를 위한 몸풀기를 하고 있다.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곳은 주로 올해 다소 부진했던 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크라이슬러코리아는 대형 고급 세단 ‘300C’ 프레스티지 모델의 가격을 현금 구매 시 최대 80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도록 했다. 할부로 구매하면 48개월까지 무이자 혜택을 준다. 3.6 가솔린(5600만원) 및 3.0 디젤(6140만원) 모델의 경우, 현금으로 사면 700만원을 깎아 4000만원대 후반에 준다. 배기량이 비슷한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3.8 익스클루시브, 5510만원)보다 600만원 이상이나 가격이 낮다.
피아트는 7인승 4륜 구동 스포츠실용차량(SUV) ‘프리몬트’(4990만원)의 가격을 4490만원까지 내리는 등 최대 500만원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다.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은 덤이다. 이에 따라 소형차 ‘친퀘첸토 팝’과 ‘친퀘첸토 라운지’의 가격은 각각 2240만원, 2540만원으로 450만원 낮아졌다.
엔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 출시 10년을 맞은 혼다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중형 세단 어코드 3.5 값을 200만원, 준중형 시빅 하이브리드는 600만원 할인해준다. 크로스오버실용차량(CUV) 크로스투어도 700만원이나 가격을 낮췄다.
한국닛산은 중형 세단인 ‘2014년형 알티마’를 현금으로 사는 고객에게 1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의 경우, 여기에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될 개별소비세 인하(배기량 2000㏄ 이상 차량 판매가의 7%→6%로 1%포인트 인하) 폭 만큼 미리 가격을 더 내렸다. 이에 따라 중형 세단 ‘G25 스마트’는 최저 3640만원에 살 수 있다. 2011년 가격(4340만원)에 비하면 700만원이나 낮아진 것이다.
수입차들의 가격 공세에 맞서기 위해 국산차 업체들은 일제히 개별소비세 1% 선 보상 카드를 빼들고 있다. 내년으로 차 구입을 미루고 있는 소비자들을 잡아 경쟁업체로의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는 아예 수입차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할인 정책을 더했다. 수입차를 보유한 고객이 제네시스(구형)와 ‘에쿠스’를 구입할 경우 50만원을 추가로 깎아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벨로스터’와 ‘i30’, ‘i40’ 등 ‘피와이엘(PYL)’차량을 사는 기존 수입차 고객은 30만원 추가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유럽 명차와 승부하겠다고 선언한 신형 제네시스의 본격 판매에 앞서, 구형 제네시스의 가격을 5%(최고 320만원) 낮추는 등 재고 털기에도 나섰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대형 세단 ‘K9’에 대해 200만원 현금 할인을 해주기로 한 게 가장 눈에 띈다. K9이 이만큼 가격을 내린 것은 출시 이후 처음이다. 가장 싼 모델은 5000만원 이하(497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K시리즈 차량을 할부로 사는 고객에게는 저금리(24개월 1.9%, 36개월 2.9%, 48개월 3.9%) 혜택도 주어진다.
또 한국지엠은 ‘쉐비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통해 차종에 따라 최대 200만원을 할인해주거나 유류비 지원 형태로 최대 150만원을 할인한다. 쌍용자동차는 대형 세단 ‘체어맨 W’ 구매 고객에게 280만원 상당의 4륜 구동 시스템을 무상 장착해주며, 르노삼성자동차는 현금 구매 시 20만~50만원까지 할인을 해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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