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제외한 국내 4개 제작사
‘누수 산타페’ 등 자체 발견 결함
무상수리 정책 고객 개별 통지 안해
몰라서 수리 못받는 고객들 잇달아
국토부, 고객 통지 의무화 추진
법 제정안 다음주 국회 제출키로
‘누수 산타페’ 등 자체 발견 결함
무상수리 정책 고객 개별 통지 안해
몰라서 수리 못받는 고객들 잇달아
국토부, 고객 통지 의무화 추진
법 제정안 다음주 국회 제출키로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요? 내 차가 대상인 줄도 몰랐어요.”
기아자동차의 2005년형 뉴스포티지 소유주인 김병철(가명·56)씨는 몇 달 전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지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공업소에 갔다가 차체 하부가 심하게 부식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차, 몇 년 전 하부 부식이 문제가 돼 회사에서 무상수리를 해주겠다고 발표했던 것 같은데…혹시 모르셨어요?” 정비사의 말을 듣고 여기저기 확인을 해보니, 그의 말대로 김씨의 차는 무상수리 대상이었다. 결국 기아차 직영 서비스센터를 통해 뒤늦게나마 무상수리를 받긴 했지만, 어쩐지 권리를 침해당한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이르면 내년께부터 김씨 같은 자동차 소유주들이 무상수리 공지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겪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6월 입법예고한 ‘자동차안전법’ 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거쳐 다음주면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자동차안전법은 국토부 장관이 무상수리 이행과 관련 시정 및 통지방법, 시정기간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제까지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고객들에게 무상수리 사실을 공지할 법적 의무가 없었는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 자동차 소유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안전’과 관련된 결함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사안에 한해서만 고객들에게 공지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이 차량의 결함 발견 시 무상수리를 발표해놓고도,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 5곳 중 무상수리 사안을 고객에게 개별 공지하는 곳은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토부에 보고된 무상수리 건을 비롯해 차량 출시 후 내부적으로 발견된 결함이나 고객센터 등을 통해 지적된 불만사항을 개선할 때도 고객들에게 전화나 우편 등을 통해 개별 통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 자동차는 원칙적으로 리콜 사안에 대해서만 고객들에게 개별 통지를 한다. 한 예로, 현대차가 지난 8월 공식 사과까지 했던 ‘누수 싼타페’의 무상수리 사실도 해당 고객들에게 별도로 안내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차와 전산망을 공유하는) 직영·협력 서비스네트워크(블루핸즈, 오토큐)를 이용할 경우, 무상수리 대상 차량 여부가 자동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국토부에 보고된 무상수리 건에 대해서만 고객들에게 개별 통보를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발견한 경미한 결함 등에 대해선,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직영·협력 서비스네트워크를 통해 무상수리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
이 경우 제작사의 직영·협력 서비스네트워크가 아닌 다른 정비소를 이용하는 고객은 무상수리 사실을 끝까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무상수리 건 외에 서비스·품질 개선 사안이 있는 경우에도 주로 이런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공지하는 실정이다. 최근 기아차가 2012년형 케이(K)5 하이브리드 차량의 주행감 개선을 위해 롬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서 별도의 개별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 한 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그동안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상수리나 품질 개선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차량 판매 뒤 소비자에 대한 의무를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회사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공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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