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혁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열린 ‘에스케이(SK)엔카 클래식카 페스티벌’에 참가해 18년 된 자신의 차 갤로퍼 인터쿨러 롱바디를 선보이고 있다. 에스케이엔카 제공
1995년 출고 갤로퍼 닦고 고치고
어린시절 ‘드림카’ 오프로드 매력
“3000㎞마다 엔진오일 교체 유지”
어린시절 ‘드림카’ 오프로드 매력
“3000㎞마다 엔진오일 교체 유지”
“우왓~!”
1990년대 초반, 전북 부안. 좁다란 시장 골목 앞에서 육중한 차 한 대와 마주친 소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각지고 우람한 외양의 차량은 동네서 자주 보던 엑셀이나 르망 같은 소형차들과는 영판 달랐다. 탄탄한 차체 뒷면에 그려진 거센 야생마 한 마리가 당장이라도 거리로 뛰쳐나와 달릴 것만 같았다. 다카르랠리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빠져 카레이서의 꿈을 꾸던 소년의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그 순간부터, 현대자동차(당시 현대정공)의 ‘갤로퍼’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장무혁(34)씨의 ‘드림카’가 됐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카레이서 꿈은 저만치 멀어졌다. 장씨는 지금 패션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자동차에 대한 애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20살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딴 그는 트라제·투싼 같은 스포츠실용차량(SUV)은 물론 스포츠카, 중형 세단, 경차까지 10대의 차량을 골고루 몰아봤다. 자동차 정비기술도 익혀 쉬는 날이면 뚝딱뚝딱 차량을 만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장씨는 2년 전, 어린 시절 추억으로 각인된 갤로퍼를 “입양”했다. 갤로퍼는 2001년 단종됐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250만원을 주고 1995년산 ‘갤로퍼 1 인터쿨러 롱바디’를 샀다. 천 시트는 살짝 모양이 틀어지고, 군데군데 녹이 슬었지만,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나온 4륜구동 차량의 매력은 여전했다. “요즘 나오는 전자식 엔진 차들과 달리 기계식이라 손길이 닿는대로 반응이 나타나는 아날로그한 감성이 살아있는 게 아주 맘에 들었어요. 낡은 부분을 고쳐가면서 내 맘에 드는 차로 만들어 평생 간직할 생각이에요.”
그는 차를 산 뒤, 시트와 타이어, 휠 등을 교체하고 외장 색깔을 검정·사하라톤(베이지색 계열)의 투톤으로 새로 도장하는 등 ‘리스토어’(restore) 과정을 거쳤다. 단종됐지만 차량 부품을 구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외양만큼은 강남에 나가도 꿀리지 않지만, 성능 튜닝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차감이나 엔진 출력 면에선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 차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올드카의 감성 그대로 타는 차에요.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 속에서 타고 다니는 데는 무리가 없어요.” 장씨는 갤로퍼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주말이면 가족들과 캠핑을 다니기도 한다고 했다.
추억 속 차량을 일상 속에서 몰기 위해 장씨가 하는 노력은 엔진오일을 3000㎞마다 갈아주는 것이다. “낡은 차니까 좀 더 자주 갈아주는 게 차량의 건강 유지 비결이에요. 엔진오일만 제때 갈아줘도 차량 떨림이 덜해지고 가뿐한 느낌이 들어요.”그리고 또 한가지는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다. 그는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차는 확실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렇게 관리한 추억의 차를 몰고 17일 중고차 전문업체 에스케이(SK)엔카가 개최한 ‘클래식카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서울 잠원한강공원에서 개최된 이날 클래식카 페스티벌에는 장씨의 갤로퍼 외에도 1963년형 ‘피아트 500’과 메르세데스-벤츠 280SL과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1964), 포드 머스탱 패스트백(1970), 폭스바겐 카르만기아(1974), 기아차 브리사(1982), 현대차 포니 엑셀(1987), 스쿠프(1990) 등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차량들이 전시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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