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이 적용된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 시험제작차가 빗길을 달리는 모습. 4륜구동 시스템은 접지력이 높아 빗길·눈길에서도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제공
‘에이치트랙’ 적용한 제네시스 출시
‘4트로닉’ 체어맨W도 판매 증가세
후륜보다 빙판길서 안정성 높지만
낮은 연비·승차감·큰 소음 등 단점
‘4트로닉’ 체어맨W도 판매 증가세
후륜보다 빙판길서 안정성 높지만
낮은 연비·승차감·큰 소음 등 단점
“올해 겨울은 더 빨리 시작되고, 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겠으며, 지역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겨울이다. 기상청은 올해도 혹독한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는 긴 겨울을 예고했다. 눈 쌓인 고속도로에서 발이 묶이고, 언덕 길에서 맥없이 미끌어진 차량들에 대한 아찔한 기억이 네바퀴 굴림 방식인‘4륜구동’ 세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관심을 반영해 최신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을 적용한 신형 제네시스를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스포츠실용차량(SUV)이 아닌 세단에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껏 국산차 중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한 세단은 쌍용차의 체어맨이 유일했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 ‘4트로닉’을 채택한 체어맨W는 2010년 판매 초기 30%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판매 수량의 절반(58%)이 넘을 정도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쌍용차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지난 9~10월, 체어맨W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4트로닉(280만원 상당)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발빠르게 4륜구동 시장 잡기에 나섰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수입 4륜구동 세단의 판매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순위 10위권 안에 4륜구동 세단 3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250 CDI 4매틱(358대, 5위)과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332대, 7위), 베엠베 520d X드라이브(320대, 8위)다. 그동안은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만이 10위권 내에 올라있었으나, 벤츠와 베엠베의 기존 인기 모델 수요층 일부가 겨울철을 맞아 4륜구동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4륜구동 시스템은 도로 상태에 따라 각 바퀴의 접지력과 회전수를 감안해 4개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네 바퀴가 도로를 꽉 잡아주기 때문에 빗길·눈길 등 운전하기 어려운 도로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륜구동 방식에 비해 실내 공간이 다소 좁다는 점, 후륜구동 방식에 비해 가속감과 승차감이 떨어지고, 연비가 낮고 소음이 크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산길 등 험로를 달리는 스포츠실용차량에 주로 4륜구동 방식이 적용됐고, 고급 세단에는 후륜구동이 대세로 작용해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 이런 4륜구동 세단이 도입된 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얘기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직진 안정성이나 험로 주행 편의성 등 실익도 뚜렷하지만, 2륜구동 세단에만 익숙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4륜구동 세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수입차 고객 대다수가 ‘남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데, 수입차 중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을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4륜구동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차별화 전략 속에 최근 겨울 폭설이 잦아지면서 눈길에 안정적인 4륜구동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4륜구동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평상시 2륜으로 가다 빙판길이나 산길에서 4륜으로 전환하는 방식(파트타임)이 있는가 하면, 항상 자동차 네 바퀴에 동력이 골고루 전달되는 방식(풀타임)도 있다. 상시 4륜구동의 경우도 전자식, 기계식으로 달라진다. 수입차 업체들은 ‘콰트로’(아우디), ‘X드라이브’(베엠베), ‘4매틱’(메르세데스-벤츠), ‘4모션’(폭스바겐) 등 차별화된 4륜구동 전용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와 차종, 또 어떤 기술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구동력 배분 방식 등에서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브랜드별로 4륜구동의 차이를 예민하게 느낄 만큼 큰 기술적 차별성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대체로 파트타임 4륜구동은 고속도로나 도심 주행이 많은 운전자에게, 상시 4륜구동은 산길 주행이 많거나 겨울 운전이 잦은 운전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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