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타보니
처음엔 엉망진창이었다. 외야에 공이 뜨면 만세를 부르기 일쑤고, 내야 땅볼이 눈 앞에 오면 몸은 얼어붙었다. 상대투수가 조금이라도 잘 던지면, 그 날은 스윙 연습만 하는 날이었다. 그렇게 ‘꿀렁꿀렁’ 허둥대던 야구팀도 전지훈련을 한다고 강원도 속초로 떠났다.
8일 서울에서 속초까지 데려다 준 차는 올해 8월 국내에 출시된 시트로엥 ‘디에스(DS)3 카브리오’였다. 초반엔 좀 굼뜬다는 느낌이었다. 유럽의 옆 동네 독일에서 만든 차처럼 출발선에서 바로 튀어나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프랑스 시트로엥 특유의 기어를 변속하는 느낌이 몸으로 느껴진다. 1단, 2단, 3단. 속도는 곡선이 아니라 계단을 밟듯 ‘꿀렁꿀렁’ 올라간다.
멋모르고 사회인 야구에 뛰어든 ‘한겨레신문’ 팀도 그랬다. 2군 선수가 어떻게 갑자기 1군 선수로 거듭나겠는가. 캐치볼이 정확한 송구가 될 때까진 1루수 머리 위로 공을 넘기는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은 실력을 쌓는다. ‘1단’ 같은 실력은 ‘2단’이 되고, 2단에서 잠시 넘어졌다가 치고 달리는 ‘3단’으로 오른다. 팀도 시간과 함께 끈끈해진다. 처음엔 ‘얼마나 갈 수 있겠어’ 하는 시선도 많았다. 3년째가 되니, 운동은 탄력이 붙었다. 내년·내후년 오랫동안 야구를 함께 할 것 같다.
디에스3 카브리오도 그랬다. 함께 훈련을 떠난 남성 3명이 탔으나, 디에스3 카브리오는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근처에서 경쾌하게 움직였다.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1750rpm의 1.6 디젤 엔진은 적당히 운전하는 재미도 준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꿀렁꿀렁’댄다는 느낌은 ‘EGS 변속기’ 때문이다. EGS변속기는 클러치 페달 없이 클러치와 기어 변속 기능을 자동화한 개념이다. 수동과 자동 기어의 장점을 모은 탓에 변속감을 주지만, 자동은 물론 수동 차량 보다도 8% 연비향상 효과가 있다고 시트로엥은 설명했다. 연비(복합 19.0㎞/ℓ)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9일 돌아오는 서울까지 왕복 400km를 달렸지만, 가득 채운 연료통의 기름은 절반도 줄지 않았다. 차근차근 쌓아간 실력에 오래 탈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이 차가 더 특별한 것은 뚜껑이 열린다. 운전석 위 버튼을 누르면 차체의 뼈대는 그대로 고정된 채, 지붕 부분만 트렁크 쪽으로 접힌다. 밤 9시께 강원도 미시령 터널을 지나며 지붕을 열었더니, 하늘에 박힌 별이 뒷좌석으로 들어왔다. 색다른 경험이다. 함께 탄 박아무개 선배는 쌀쌀한 날씨도 잊은 채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아쉬운 점도 있다. 지붕이 트렁크 쪽으로 접히는 바람에 트렁크 문이 다른 차에 견줘 좁다. 큰 야구가방은 넣기 힘들다. 뒷좌석은 3명이 타기엔 좁은 편이다. 또 앞쪽 헤드라이트의 밝기도 길지 않았다. 돌아오는 날 빗속을 뚫고 오는데 시야를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 가격은 3390만원(chic 모델).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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