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터키 이즈미트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지난 6일(현지시각) 현지 직원들이 생산된 차량들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6900억 투자 프레스 공장 등 증축
연산능력 10만대서 20만대로 늘려
“내년엔 유럽 차시장 살아날 것”
현지 전략차종 i10·i20 생산거점화
체코 공장과 유럽 공략 양대축으로
연산능력 10만대서 20만대로 늘려
“내년엔 유럽 차시장 살아날 것”
현지 전략차종 i10·i20 생산거점화
체코 공장과 유럽 공략 양대축으로
“띠리리리리리리리리~♪”
터키의 경제 수도 이스탄불에서 동남쪽으로 100㎞ 떨어진 이즈미트시. 지난 6일(현지시각) 이곳에 있는 현대자동차 터키 공장(HAOS)에선 생산설비 가동을 알리는 신호음인 ‘엘리제를 위하여’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편성효율(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 수 비율) 92%, 공장 안의 프레스·차체·도장·의장·파이널 라인 등에선 평균 29살의 젊은 생산직 직원들이 로봇을 움직여 차체를 용접하고, 볼트와 너트를 조여가며 ‘소형차’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프레스 공장 앞 1만1000대 규모의 야적장엔 이들의 손에서 방금 탄생한 소형차들이 알록달록 줄지어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형 i10과 i20 등 유럽 시장에서 잘 나가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차들은 인근 마르마라항을 거쳐 지중해를 통해 유럽 각지로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차 터키 공장이 유럽 공략의 핵심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4억7500만유로(6900억원)를 투자해, 터키 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10만대에서 20만대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마무리했다. 증설을 위해 프레스 공장을 증축하고 2300t의 프레스 설비를 신규로 설치하는 한편, 차체 용접 로봇 비율을 65%에서 100%로 높였다. 또 기존 차종별로 운영하던 의장(차체에 자동차부품을 설치하는 공정)라인을 1개의 혼류라인으로 통합해 생산 유연성도 높였다. 신현두 터키공장 프로젝트관리팀 차장이 “(최근의 증설 공사로)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미국이나 중국 공장 수준으로 첨단화됐다”고 자랑했다.
이 공장에서 한창 생산 중인 신형 i10은 2008년 출시돼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i10의 후속 모델이다. 지난 9월 양산에 들어가면서 생산지를 인도 공장에서 터키 공장으로 옮긴 것이다. 한마디로, 기획·개발·디자인은 물론 생산까지 유럽에서 한 ‘메이드 인 유럽’ 모델로 거듭난 셈이다. 내년 10월 이후에는 i20의 후속 모델인 ‘지비’(GB·프로젝트명)’도 터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터키 공장의 생산량은 올해 10만2000여대 수준에서 내년엔 20만대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진병진 현대차 터키공장장(이사)은 “20만대 생산 차량 가운데 18만대는 주로 유럽으로 수출하고 2만대 정도는 내수를 위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엑센트나 스타렉스 등 상대적으로 판매가 적은 차종을 주로 만들었던 현대차 터키 공장이 i10과 i20 등 유럽 시장을 공략할 전략 차종을 생산하는 핵심 전략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내리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여오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내년에는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i시리즈 등 현지 전략 모델을 강화해 유럽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터키 공장에서는 신형 i10과 i20 등 고품질의 현지 전략 소형차를 생산하고, 체코에서는 i30와 ix35, ix20 등 소형 다목적차량(MPV)과 준중형급 이상의 현지 전략 차종 생산을 담당하게 해, 향후 유럽지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90% 이상을 터키 공장과 체코 공장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진 공장장은 “터키 공장 증설로 연구개발(R&D)-생산-판매를 잇는 유럽 현지화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체코공장과 함께 현대차의 유럽 양대 생산 거점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즈미트(터키)/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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