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뉘르부르크 서킷 ‘신형 제네시스 주행시험’
독일 뉘르부르크 서킷 ‘신형 제네시스 주행시험’ 탑승기
세계 가장 악명높은 경주도로서
동력·핸들링 등 8개월간 성능시험
현대차 “독일 명차와 경쟁” 별러
직접 타보니 속도감에 머리 흔들
세계 가장 악명높은 경주도로서
동력·핸들링 등 8개월간 성능시험
현대차 “독일 명차와 경쟁” 별러
직접 타보니 속도감에 머리 흔들
잔뜩 찌뿌린 하늘은 ‘지옥’ 위로 음산한 부슬비까지 흩뿌려댔다.
독일 중서부 라인란트팔트주에 위치한 뉘르부르크링 서킷. 이곳의 북쪽 산악지대를 지나는 노르트슐라이페 서킷(경주용 환상 도로)은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대부분의 도로 조건을 다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주행 성능 시험장이다. 베엠베(BMW)와 아우디 등 전세계 주요 자동차·타이어 업체 44곳이 저마다 주행 성능 개선을 벼르는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난 4일(현지시각), 이번달 말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시험 제작차)의 막바지 주행 시험이 진행됐다.
“이곳엔 처음인가요? 여기는 운전자에게도, 차에게도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서킷입니다.” 차량 테스트 전문 운전기사인 제프 헴롤(Hemrolle)이 신형 제네시스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 차와 73개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로 구성된 20.8㎞ 길이의 이 서킷은 그의 말마따나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서킷’으로도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녹색 지옥’이란 별명으로 통할 정도다.
헴롤이 신형 제네시스의 액셀레이터를 밟기 무섭게 녹색 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짧은 직선 코스는 금세 강원도 한계령을 연상케하는 S자 커브길로 이어졌다. 커브길을 빠져 나가는 차의 속도는 100㎞를 훌쩍 넘어섰다. 지옥은, 오르막길을 만나기 무섭게 고꾸라지듯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타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다른 코너로 이어지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오래 전 큰 사고가 났던 지점이에요.” 헴롤이 도로 한 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코스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1976년, F1(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 월드챔피언 니키 라우다가 큰 화상을 입었던 사고 현장을 일러준 것이었다. 이 사고, 이후 이 서킷에선 F1 경주가 금지됐다. 그는 신형 제네시스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4륜구동으로 바뀌면서 미끄러운 길에서도 좀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놀란 가슴이 진정될 틈도 없이, 차는 다시 200㎞ 이상으로 속도를 높였다. 마지막 고속 직선 구간이었다. 전체 20.8㎞의 녹색 지옥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이 채 안 됐다. 롤러코스터 같던 지옥의 흔적은 흔들리는 머리와 울렁거리는 속으로 남았다.
현대차는 “독일 명차와 직접 경쟁하겠다”며 지난 3월부터 이 녹색 지옥에서 신형 제네시스의 주행 성능을 담금질해왔다. 내구 품질이나 동력 성능, 충돌 안전 성능들은 비교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 속, 핸들링의 정교함이나 매끄러운 주행감처럼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든 ‘유럽형 주행 감성’까지 체득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연간 서킷 이용료만도 12만유로를 쓰고 있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차량시험팀의 이대우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 자동차의 성능 시험을 거쳤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유럽형 주행 감성 개발에 집중한 신형 제네시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북미 고급(프리미엄) 대형 세단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은 독일차가 휩쓸고 있는 전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을 수 있는 발판이 돼 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인 반향을 일으킨다면 향후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은 물론,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독일)/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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