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 ‘벤츠 비밀문건’ 공개
딜러사에 “목표량 1.5배 사라” 강요
7년동안 1500억 부당이득 챙겨
대주주 관계사인 한성자동차엔
금융자회사 이용때 이자율 특혜
딜러사에 “목표량 1.5배 사라” 강요
7년동안 1500억 부당이득 챙겨
대주주 관계사인 한성자동차엔
금융자회사 이용때 이자율 특혜
수입차 업체(임포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딜러(판매업체)들을 ‘쥐어짜기’ 하며 7년 동안 1493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벤츠가 재고 할당 등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 딜러들의 처지를 이용해 대출 장사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벤츠코리아의 내부 문건 ‘2013 개정 변동마진 운영계획’을 보면, 벤츠코리아는 딜러들에게 월별 판매목표(0.85%)를 수립해 필요 물량의 1.5배를 선주문(0.5%)하게 하는 한편, 안 팔리는 차량을 섞어 구매(0.6%)하도록 강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인센티브의 형식으로 변동마진(총 2.8%)을 산정한 것인데, 딜러가 벤츠코리아의 요구를 거부하면 판매이익을 나눌 때 사실상 금전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불공정한 강요 행위”라는 게 민 의원 쪽의 설명이다.
민 의원은 이런 변동마진 부여 방식을 통해 벤츠코리아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493억5102만원(8만2061대 판매)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를 보면, 이 기간 동안 딜러들은 적게는 5억6000만원에서 많게는 66억2000만원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적자를 보는 딜러사들에 2.8%의 변동마진을 매개로 ‘갑질’을 한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벤츠코리아는 변동마진 제도를 통해 금융부담도 딜러사들에 전가했다. 독일 수입차는 주문-생산-물류 기간을 반영해 4개월 전 판매 물량을 주문하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예로 딜러사가 5월에 100대 판매 목표를 수립했다면 4월까지 1.5배인 150대를 구매해야 변동마진을 받을 수 있다. 딜러는 이를 위해 판매가 주문한 물량을 다 팔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일단 90억원(150대×대당 차값 6500만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민 의원은 이 과정에서 딜러들이 벤츠코리아의 금융 자회사 격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의 이용을 강요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벤츠 본사가 매년 딜러를 평가하는 항목 가운데 벤츠의 금융자회사의 ‘평균 금융이용금액’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딜러사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벤츠 차량 판매 점유율이 45% 이상인 딜러에만 이자율을 0.3% 할인해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곳은 9개 딜러 중 한성자동차(계열인 부산스타 포함, 점유율 59%) 단 한 곳이다. 벤츠파이낸셜코리아는 또 지난 4월 추가 대출을 포함해 한성자동차에 대해 총 700억원을 사실상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도 했다.
이런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벤츠코리아,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한성자동차의 얽히고설킨 지분 관계 때문이다. 벤츠코리아의 지분은 독일 다임러그룹이 51%, 스타오토홀딩스가 49%를 갖고 있다. 스타오토홀딩스는 벤츠파이낸셜코리아 지분 20%도 갖고 있는데, 이 회사의 임준성 대표이사가 한성자동차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심지어 벤츠코리아의 브리타 제거 대표이사와 임준성 대표는 벤츠파이낸셜코리아의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제거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벤츠코리아와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전적으로 분리된 별개의 회사이다. 한성자동차에 대한 어떠한 특혜도 없다”고 발언해 위증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민 의원은 “벤츠코리아는 자동차만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딜러 쥐어짜기를 통해 금융도 판매하는 회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와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그리고 한성자동차 등에 대해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즉각 조사해 딜러들이 겪고 있는 불공정함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