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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현대차, 미국선 교환·한국선 수리 법이 가른 ‘물새는 싼타페’ 리콜

등록 2013-10-24 20:33수정 2013-10-24 21:22

국내 소비자 “역차별” 불만 높자
현대 “미국 차, 추가 문제로 교환”

미국은 결함차량 교환·환불 법제화
한국은 자동차업계 법 개정 반대로
소비자 피해보상 받을 길 쉽지않아
현대자동차가 물 새는 싼타페를 미국에선 새 차로 교환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각 주에서 이뤄진, 자동차 제작결함에 따른 교환·환불 현황이 공지된 사이트인 ‘레몬법닷컴’(lemonlaw.com)을 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누수 문제가 생긴 ‘2013년형 싼타페’를 새 차로 교환해준 것으로 나온다. 현대차는 누수 싼타페 외에도 ‘2012년형 투싼’(블루투스·핸즈프리 이상) 등 올해 상반기에만 11개의 차종을 교환 또는 환불해줬다. 하지만 현대차가 국내에서는 물이 실내로 유입된 싼타페에 대해 무상수리 및 보증기간 5년 연장을 해주는 것에 그친 바 있어,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물 새는 싼타페를 새 차로 교환해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싼타페 동호회와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는 소비자들의 비난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수 싼타페 소유주인 류아무개씨는 지난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며칠 전 국감에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하길래 현대차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내 차는 ‘법에 의하면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미국 소비자에겐 새 차로 교환을 해주면서 법을 핑계로 국내 소비자를 외면하는 현대차를 보면서 ‘2등 국민’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사례는 단순히 물이 새서 교환을 해준 게 아니다. (트렁크와 뒷좌석에서 누수가 나타난 국내 사례와는 달리) 앞유리 쪽 조립 불량으로 5회 이상 수리를 반복한데다, 누수 외에 추가적인 문제가 나타나 미국 ‘레몬법’(자동차 관련 소비자보호 장치)에 따라 교환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탓에 현대차의 국내 소비자 역차별이 도드라지지만,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대처도 현대차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은 징벌적 보상 성격을 지닌 ‘레몬법’을 통해 제작결함 차량의 교환·환불을 법제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법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리콜’의 방법으로 교환·환급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자동차의 리콜과 관련된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제작결함에 대한 시정조치’만을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 법이) 수리를 통해 결함을 시정조치하면 된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강제리콜로 자동차 제작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교환·환불해준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누수 싼타페의 리콜 여부를 놓고 지난 7월부터 조사를 하고 있는 국토부가 최종적으로 강제리콜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교환·환불 등 추가적인 보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강제리콜 명령을 받을 경우 제작사는 일정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강제리콜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178건(89만7101대)의 리콜이 시행됐지만, 이 중 강제리콜은 17건(17만3610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올해는 한 건의 강제리콜도 이뤄지지 않았다. 무늬만 리콜일 뿐, 무상수리 조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국토부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제작 결함이 있는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제 교환·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1년 사례를 보면, 자동차 품목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 1086건 가운데 최종적으로 교환·환불이 이뤄진 것은 전체 5.3% 수준인 58건에 불과했다.

이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의 고의·과실로 인한 중대 하자가 인정될 경우, 차량의 교환·환불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제작사들이 “과중한 부담”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법 통과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법정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아무개씨 등 누수 싼타페 구매자 34명은 지난 17일 “싼타페 차량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만큼 부분적 수리로는 부족하다”며 싼타페 신차 교환 소송을 낸 바 있다. 인터넷 싼타페 동호회 ‘클럽디엠’의 운영자 박주석씨는 “현재 진행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레몬법’은…

 미국은 1975년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에 반복적으로 결함이 생길 경우, 신제품으로 바꿔주거나 환불해 주는 ‘레몬법(Lemon Law)’을 도입했다. 레몬이 오렌지처럼 생겼지만 실제론 신맛만 난다며 불량품 취급을 하는 것에 빗대, 레몬법이라고 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자동차를 구입한 뒤 1년 또는 주행거리 1만2000마일(1만9312㎞) 미만인 차량에서 같은 결함이 4번 이상 발생하면 자동차 회사가 전액 환불 또는 신차로 교환해주도록 하고 있다.. 레몬법은 소비자 보호와 함께 미국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레몬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내놓고 ‘한국판 레몬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 산 자동차가 주행 중 반복적으로 고장을 일으키면, 제조사가 이를 의무적으로 교환·환불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들은 오는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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