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담당자 워크샵 열어
회사별 실적 추정치 등 정보 교환
공정위 조사 전까지 협회서 운영
“비관세 장벽 대응 목적” 해명
회사별 실적 추정치 등 정보 교환
공정위 조사 전까지 협회서 운영
“비관세 장벽 대응 목적” 해명
수입자동차 업계의 영업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연간 판매 목표와 다음해 신차 출시 일정 등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중요한 영업비밀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하는 것 등을 짬짜미(담합)의 증거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짬짜미와 불공정거래, 계열 금융사 강제 이용 여부 등을 두고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14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수입차 업계의 영업 담당자들은 2012년 초 공정위 조사 전까지 수입자동차협회 산하에 ‘세일즈위원회’를 구성해 정보를 교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짬짜미 의혹이 일었던 비공식 위원회의 실체가 문서로 확인된 셈이다. 세일즈위원회에는 베엠베(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거의 모든 수입 브랜드 업체가 참여했다.
세일즈위원회는 오랜 기간 영업과 인적 관련 정보를 나눴다. 세일즈위원회가 각 업체에 보낸 워크숍 계획을 보면, ‘브랜드별 영업 관련 특이사항’, ‘신차 출시 일정 및 연간 목표 공유’, ‘수입차 수요 예측 프로그램 배포’ ‘시장 전망’ 등을 논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식 발표되는 판매 통계가 나오기 전의 브랜드별 실적 추정치도 교환했다. 워크숍 계획 등의 전자우편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의 직인을 찍은 공문 형태로 발송됐다.
당시 세일즈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수입차 관계자는 “판매대수 등을 공유하고 밥을 먹는 자리였을 뿐 영업비밀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공정위가 보기에 짬짜미로 오해될 수 있다고 수입차협회가 자문을 받아 없앴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입차 관계자는 “오래전엔 가격 등을 논의했을 수 있으나, 최근엔 인적 교류를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세일즈위원회는 예전 수입차 업계가 세금이나 금융 등 비관세장벽으로 힘들 때 힘을 합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간 이해가 달라 없어졌다. 논의됐던 내용도 공개된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입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커진 상태다.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8월 기준)도 10만3417대를 팔며 시장점유율 12%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 차종도 중대형 위주에서 벗어나 소형차로 확대돼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까지 팔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 밑으로 떨어졌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초 차 값을 이례적으로 내리기까지 했다. 수입차 출시와 판매 확대가 브랜드간 경쟁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선택 폭을 키우는 데 영향력이 매우 큰 셈이다.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수입차 가격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율이 떨어진 만큼 인하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많다.
공정위는 수입차 업계의 비공식 모임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짬짜미를 한 현대차·볼보 등 7개 업체에 11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정보 교환 금지 명령도 함께 내린 바 있다. 경쟁관계인 회사 임직원이 모여 판매량 및 판촉행사 계획, 조직 변동 등을 체계적으로 상호 교환한 관행이 공정거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등 다국적기업 본사도 경쟁사 직원을 만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수입차 업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좋은 경쟁을 선도해야지, 가격이나 수리비 거품 등의 나쁜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도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수입차 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론을 조속히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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