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장기 렌터카나 리스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필요에 맞춰 장단점을 따져본다면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제공
아반떼·베엠베 등 3년 할부구매·리스·렌털 따져보니…
직장맘인 김보배(가명·33)씨는 요즘 ‘큰 차’에 자꾸만 눈이 간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유모차 등 짐 실을 공간이 좀 많았으면 좋겠더라고요. 또 캠핑 등 교외로 자주 놀러 가는데, 이왕이면 큰 차가 편하지 않나 해서요.” 김씨는 그렇다고 결혼 초 구매한 준중형차를 스포츠실용차량(SUV) 같은 큰 차로 교체하고 싶은 건 아니다. “주로 출퇴근용으로 차를 이용하는데, 유지비나 주차 편리성 면에선 아무래도 지금의 차가 낫지 싶어서”다. 김씨는 차 한 대를 더 뽑고 싶지만, 주말에만 타게 될 그 차에 당장 목돈을 쏟아붓고 싶지는 않아 고민만 하고 있다.
중고차 전문업체 에스케이(SK)엔카가 최근 성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28%의 응답자가 ‘3~5년마다 차량을 교체한다’고 답변했다. 성능이 더 좋은 차(31.7%)나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차(20.6%) 등을 타기 위해서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자동차를 ‘소유 자산’으로 인식하기보다 합리적인 ‘이용’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목돈 부담을 꺼리는 김씨 같은 소비자들이 할부 구매 외에도 장기렌털이나 리스 상품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렌터카업체 1위인 케이티(KT)금호렌터카와 신차·리스·렌트 등 견적을 비교해주는 사이트인 ‘다나와닷컴’ 등을 통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표 차종인 현대차 아반떼(1.6GDi 모던)와 쏘나타(2.0 CVVL 스마트), 그랜저(2.4 모던), 수입차인 베엠베(BMW) 520d 신차를 할부 구매·리스·렌트해 3년(보증금 30% 선) 동안 이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해봤다. 그 결과, 매달 내는 돈은 할부 구매가 가장 적었지만, 총 비용으로 보면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한 예로 준중형차 아반떼를 할부로 구매하면 매달 40만2000원을 지급하지만, 리스나 장기 렌터카 이용 시엔 각각 54만2100원, 54만9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3년 동안 들어가는 총 금액을 계산하면, 장기 렌터카(2543만4000원)가 할부(2615만9000원)나 리스(2886만8040원)에 비해 73만~145만원 정도나 저렴했다. 할부 구매 땐 고객이 취득·등록세나 탁송료, 공채매입 비용은 물론 매년 자동차세와 보험료 등을 따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월 납부금은 낮아도 최종 비용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리스의 경우,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자동차세와 보험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해 비용이 높아졌다.
이런 계산만 놓고 보면, 장기 렌터카를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리스 영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총비용 면에서 장기 렌터카보다 저렴한 상품이 나오는 경우들도 있어, 이 계산 결과가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게다가 각각의 상품의 장단점과 개인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또 여러가지로 갈라진다. ‘나만의 차’를 꾸미기 위해 튜닝을 하려는 사람에겐 장기 렌터카나 리스는 선택지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장기 렌터카와 리스는 업체의 차를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다는 면에서 고객에겐 언뜻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둘 다 차량 교체 주기가 3년 안팎으로 짧고 주행거리가 긴 사람에게 제격이다. 또 기본적인 차량 관리를 업체에서 대행하기 때문에 수리나 고장에 따른 번거로움은 물론, 중고차 시세 하락에 따른 위험 부담도 덜 수 있다. 이용료가 경비로 인정돼 개인 및 법인 사업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만하다.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엘피지(LPG) 차종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장기 렌터카만의 특징이다. 다만, 하나 허·호 같은 영업용 번호판을 달아야 하고, 승용 및 15인승 이하 승합차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리스의 경우, 잔존가치 조절 등을 통해 월 납부금을 낮출 수 있지만, 금융상품의 일종이라 개인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상품은 적용받는 보험료율도 다르다. 장기 렌터카의 경우, 고객의 경력과 차종과는 무관하게 업체의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사고 때에도 보험료 할증 부담이 없다.
리스는 개인의 보험료율을 적용받으며, 계약 종료 뒤 차를 인수하면 보험 경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장기·무사고 운전자라면 리스를 택하는 편이, 젊은 나이에 처음 운전을 하거나 사고 경력이 많은 사람, 또는 대형차를 몰길 원하는 이들에겐 장기 렌터카 쪽이 낫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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