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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베테랑 대리기사들, 내가 타봐서 아는데…60%가 “수입차보다 국산차 살 것”

등록 2013-09-23 15:53수정 2013-09-24 19:58

734명 설문조사 결과

수입차가 낫다는 인식 있지만
국산차 성능개선 만족도 높아

시내주행·겨울철 국산차 매력
고속·장거리 운전 역시 수입차
하이브리드는 너도나도 ‘일본차’
“국산차요? 많이 좋아졌죠. 요샌 수입차랑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요.”

주 5일(196명)은 기본, 토·일요일(각각 281, 189명)까지 일하며 국산차부터 수입차까지 각양각색의 차를 하루 평균 5대 이상(581명) 몬다. 1년에 200일만 근무를 한다고 쳐도 매년 1000대 이상의 차를 ‘시승’할 기회를 갖는 이들, 우리나라에서 단연 가장 많은 ‘종류’의 차를 몰아볼게 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전하는 얘기다.

<한겨레>가 지난달 국내의 대표적 대리운전업체 ‘천사 대리운전’ 소속 기사 734명에게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 조사 결과, 국산차와 수입차가 품질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이 21.8%(1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37.6%)과 승차감(23.8%)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답변이 여전히 우세했지만, ‘돈을 주면(예산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당장 어떤 차를 사겠느냐’는 질문엔 6대 4(415명 대 319명) 꼴로 국산차를 선택한 이들이 많았다. 국산차를 선택한 이유는 ‘우수한 성능’때문이라는 이들이 10명 중 8명 꼴(591명)이었다. 조사 결과는,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품질 면에서 낫다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국산차에 대한 만족도 역시 꽤 높다는 의미로 보인다. “브레이크만 밟아봐도 차의 정비 상태가 가늠이 된다”는 베테랑 대리운전 기사 두 사람을 만나 국산차와 수입차의 장단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다.

“서울 같은 지형을 가진 도시, 특히 시내에서 운전을 할 땐 국산차나 수입차나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요.” 대화가 시작되자 대리운전 기사 김웅(47)·이훈표(48)씨가 말했다. “(같은 생활권인)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간다고 해봐야 거리가 60㎞ 안쪽인데다, 크게 속도 낼 기회도 별로 없다”는 게 이유였다. “요새 그랜저나 쏘나타 같은 국산차들의 쇼바(쇼크업소버, 노면 충격·진동 흡수장치)가 상당히 좋아져 요철도 무난하게 받아 넘겨요. 실내공간이나 옵션 등, 그 정도 품질에 그 가격이면 만족스러운 수준이죠.” 김씨의 얘기다.

 

경력 7년, 10년차의 두 사람은 기업의 법인차량을 주로 몰아 그랜저급 이상의 국산차나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수입차들을 비교해볼 기회가 많은 편이다. 수입차 사업을 했던 에스케이(SK) 계열사가 수입차를 법인차량으로 이용한 적이 있지만, 삼성 계열사(대부분 르노삼성)를 제외한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현대·기아차를 법인차로 사용한다고 두 사람은 귀띔했다. 수입차를 법인차로 이용하는 곳은 외국계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이다. 상무급 임원의 차는 그랜저와 제네시스급, 전무 이상은 에쿠스와 K9 등 기사 딸린 차를 탄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법인용 수입차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도요타 렉서스가 인기였지만 요샌 “기기 작동법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잘 안 보이고, 베엠베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가 압도적 대세란다. 차장급이 타는 수입차들로는 푸조, 폭스바겐, 도요타 차들이 많단다.

정비기술을 갖고 있다는 김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나온 국산차, 특히 고급차들은 기계장치나 내부 공간, 편의사양 면에서 수입차와 거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한 예로, 신형 에쿠스의 경우, 승차감도 좋지만 내부 옵션은 베엠베(BMW)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무식하게 덩치만 커보이던 외관이 꽤 작아진 듯 보였는데 실내 공간은 여전히 넓고요. (수입차랑 비교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요.” 이씨가 거들었다. “에쿠스는 대개 기사를 두고 타는 차인데도, 몸을 착 감싸주는 느낌의 시트나 편의장치들이 운전자를 배려했다는 느낌도 들죠.” 이씨는 “수입차지만 인피니티 같은 차는 실내 공간이 상당히 좁은 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트렁크의 경우, 골프백 하나 넣기 힘들 정도로 좁아서 손님들이 불평을 하곤 했죠. 게다가 상무님이 타기엔 너무 젊은 사람들 취향 같다고나 할까요.” 결국 인피니티 세단으로 법인차를 운용하던 회사는 리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국산차로 법인차를 바꿨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국산차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때는 폭설의 계절, 겨울이라는 게 두 사람의 공통적인 얘기다. 수입차 대부분 앞쪽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에 힘을 받아 자동차를 밀어가는 ‘후륜구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수요가 많은) 강남 쪽엔 경사길이 많아요.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들은 대부분 수입차들이죠. 강남 쪽 고급 호텔 지하주차장 진·출입로엔 눈·비 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거든요. 겨울철만 되면 한밤중 호텔 주차장 출구에서 수입차 빠져나가길 기다리며 줄줄이 늘어 선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이씨가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출시 직후 한참 인기가 좋던 제네시스(후륜구동)가 겨울철 한번 지난 뒤 잘 안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건 고속·장거리 주행 상황에서다. “사실 시내에서만 주행한다면 국산 경차로도 불편할 게 없어요. 하지만 베엠베나 벤츠 같은 차들은 확실히 고속주행을 할 때 ‘이래서 베엠베, 벤츠라고 하는구나’ 싶어져요. 밟으면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게, 한마디로 밑으로 착 깔려 주욱 나가는 느낌이랄까요.” 이씨의 얘기다. 김씨는 “경부고속도로 같은 덴 제법 굴곡이 심한 편인데, 수입차들은 바닥 충격 흡수를 잘해줘서 피곤함이 덜 한데다 코너링할 때도 잘 받쳐줘서 운전자도 승객도 훨씬 편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수입차도 제각각이다. “같은 독일차지만 아우디는 밟는대로 나가는 등 순발력 면에선 앞서지만 묵직한 느낌은 덜한 것 같다”고 그들은 덧붙였다. 김씨와 이씨는 고속·장거리 주행시에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국산차로 각각 알페온과 K9을 꼽았다. 다만 알페온은 “디젤차인가 싶을 정도로 첫 반응속도가 떨어진다”는 게, K9의 경우 “차라리 에쿠스를 사는 게 낫겠다 싶은 가격”을 단점으로 꼽았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변변찮은 점수를 받는 부분이었다. “시동을 걸지 않은 줄 알았을 정도로 조용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여전히 일본 차엔 많이 못 미친다”는 게 두 사람이 내린 평가다. 김씨는 “캠리 하이브리드 같은 차는 멈췄다 출발할 때 느낌이 부드럽지만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가속이 잘 안 붙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씨에겐 국산차 업체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차의 경비 절감 효과가 눈에 차지 않는다. “솔직히 연비가 좋다고 해서 하이브리드차 타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일본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디젤차에 비해서도 연비 절감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배터리 성능도 아직 믿을 게 못 되고요.”그는 “연비 면에선 푸조 차를 따라올 차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젤차인데 심지어 조용하기까지 하죠.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지는 실용적인 30, 40대들이 주로 푸조 차를 몰던데, 디자인 때문일까요, 아직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는 것 같네요.”

두 사람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차를 대리운전하게 될 기회가 많아진 건 불과 2~3년 정도”라고 말했다. “확실히 이제 수입차가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국산차가 수입차 못지 않게 품질이 확실히 좋아지긴 했지만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국산차 업체들도 내수 쪽에 단단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 한마디를 요청하자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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