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환경오염 방지 취지
사용자 정비범위 크게 축소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켜”
렌터카 업체들 ‘과잉입법’ 비판
사용자 정비범위 크게 축소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켜”
렌터카 업체들 ‘과잉입법’ 비판
국토교통부가 자동차의 오일과 필터, 배터리 교환 등 간단한 작업도 자동차 정비업소에서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환된 오일과 필터 등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소비자 불편과 부담을 늘리고 고용 창출에도 역행하는 ‘과잉 입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일과 필터류, 배터리 등의 교환과 냉각팬·라디에이터·부동액의 점검·정비 등을 자동차 정비업의 예외 범위에서 제외하는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제132조)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비시설을 갖추지 않고서는 오일과 액셀레이터케이블·클러치케이블 교환은 물론, 브레이크 호스와 페달·레버의 점검과 정비를 할 수 없도록 자동차 사용자의 정비 범위를 축소(제62조)했다. 지금까지 방법만 알면 자가 정비를 할 수 있도록 했던 작업들까지 자동차 정비업자만이 할 수 있게 변경한 것이다.
렌터카 사업자들의 모임인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이하 조합)은 11일 “자동차 정비업자의 이익만을 고려하고 일반 소비자의 부담은 가중시킨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순회정비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렌터카 업체는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고객 편익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오일과 필터 교환 등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의 박상광 기획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간 렌터카 업체들은 순회 점검 등을 통해 고객의 안전과 직결된 렌터카의 정비·점검을 자체적으로 실시해왔는데, 법이 개정되면 소비자들이 반드시 정비업체를 통해 직접 차량을 관리·유지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게되는 것은 물론 직·간접적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업체들은 법 개정으로 연간 400억~500억원 가량의 정비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일·필터·배터리 등의 점검과 정비를 주요 업무로 해온 순회정비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이번 법 개정안은 일자리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렌터카 업계 1위로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해 순회정비서비스를 강화해온 케이티(KT)금호렌터카가 “이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정비 인력을 다른 업무로 직무 전환하는 한편, 채용 정책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케이티금호렌터카는 지난 6월 순회 정비인력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겨레>6월20일치 19면)하고 향후 채용 인원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 계획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행정편의주의적인 과잉 입법이 정부의 고용 창출 정책과도 배치되는 모순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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