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 발표를 통해 “올해 140만대 이상 팔겠다”고 밝힌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주변에 취재진이 몰려들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잇단 새모델
베엠베 등 새 플러그인 차 선봬
자동차 시장 돌파구 될지 관심
베엠베 등 새 플러그인 차 선봬
자동차 시장 돌파구 될지 관심
“전기차의 출시는 인프라가 준비되고 기술적으로 완숙하며 또 가격적으로 접근이 용이할 때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언론 사전행사에 앞서 9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폴크스바겐 나이트’ 행사에서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빈터코른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400여명의 최고 기술자들을 고용했고, 7만여명의 직원이 생산을 위한 교육을 마쳤다”며 아우디 등 산하 브랜드의 ‘진격’ 준비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모터쇼 개막에 앞서 기자와 애널리스트 등 자동차업계 관계자를 모아놓고 전기차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연 것이다.
10일 독일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65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빈터코른 회장의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베엠베(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세계 자동차업계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새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 등을 발표하며 앞다퉈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디젤엔진 등 내연기관의 기술 진화 공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업체들의 전기차 상품화 경쟁 속에서 브랜드간 차별화가 시작된 것도 주목할 만했다. 단순히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전기차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베엠베는 전기차 ‘i3’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급형 스포츠카를 생산모델에 포함시켜 전기차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었다. 박람회장을 찾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새로 출시된 베엠베 4시리즈보다 ‘i3’과 ‘i8’에 집중됐다. 경쟁 업체의 직원들이 먼저 나온 베엠베 전기차의 차체 등을 집중 관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벤츠 역시 최고급 사양인 S클래스 급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놨다. 대형 세단이지만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약 33.3㎞(유럽 기준)를 주행할 수 있는 경제성까지 갖췄다.
반면 양산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은 가격대가 낮은 제품군부터 전기차를 선보였다. 폴크스바겐은 소형급인 ‘이-업’과 ‘이-골프’를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의 첨병에 섰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덜고 빠르게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빈터코른 회장은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출시된다. 이미 40개의 추가적인 전기차 모델의 출시 및 생산이 준비돼 있다”고 했다.
전기차를 향한 이들 업체의 각축은 한편으론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유럽 자동차시장이 2007년 1828만대 판매에서 계속 떨어져, 올해는 전년도보다 0.7% 감소한 1392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사상 유례없는 20% 가격 할인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유럽 재정위기로 닫힌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과 함께 새 전기차 모델들을 출시해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현철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부관장은 “아직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보급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독일이 2020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시키겠다는 계획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여러해 동안 자동차 업계가 내세운 ‘친환경’이라는 목표가 ‘미래’에 그치지 않고, 급격히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옮겨갈 수 있는 ‘현재’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현장이었다.
프랑크푸르트/이완 기자 wani@hani.co.kr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 전경
르노의 전기차 충전 시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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