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SM5 TCE
30대 초반인 동생은 아직 직업이 없다. 굳이 붙이자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다. “이제 좀 안정된 생활을 해야할 텐데”라는 부모님의 걱정 속에서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다. 때론 그도 답답할 것 같다. 보통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때론 이른바 ‘패밀리 세단’ 자동차를 사는 시기에 공무원 준비 학원이 있는 노량진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말이다.
지난 15일 시승차로 받은 에스엠(SM)5 티시이(TCE)에 동생을 태우고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8호선 산성역 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했다. 당연히 속도는 낼 수 없었다. 티시이에 달린 터보 기능은 잠재운 채 천천히 산을 올랐다. 특히 앞서가는 차가 주위의 경치만 보는지 ‘기어갔지만’ 동생은 즐거워했다. “추월할 수 없을 때는 천천히 오르는 것도 재미있잖아.” 묵묵히 목표를 향해 가는데 익숙한 동생은 묵묵히 오르는 고갯길 드라이브도 만족해했다.
동생과 함께 닭볶음탕으로 저녁을 먹은 뒤 신림동 동생 집으로 향했다. 등산객은 대부분 내려간 상태라 길은 수월했다. 간만에 서울 교외로 나온 동생을 위해 시원하게 속도를 내주고 싶었다. 안정된 브레이크 능력을 믿고 내리막길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티시이는 터보 엔진과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달아 차체 중량이 1415㎏에서 1525㎏으로 늘었어도, 윗 급인 에스엠7에 들어가는 브레이크를 장착해 도로를 꽉 잡는다.
산을 내려가자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하는 방향을 잡았다. 좀더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동생에겐 “시원하게 달리는 것을 느껴보라”고 했다. 터보 엔진을 깨우자, 속도계의 바늘은 빠르게 올라갔다. ‘느낌 아니까!’ 최고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 24.5kgm(2000pm)의 힘이다. 낮은 아르피엠(RPM·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내면서 역동적인 운전을 가능케 한다. 르노삼성은 에스엠5가 정숙성이 좋은 반면 달리는 재미가 좀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티시이 출시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초기 발진 때의 굼뜬 느낌도 있다. 낮은 아르피엠에서는 출력을 높여줄 터보차저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가속이 붙으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1.6ℓ의 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을 줄인) 엔진이지만, 숨겨진 터보의 190마력 힘은 다른 차를 쉽게 앞지를 수 있게 한다. 굼뜬 출발이라고 해도 일단 불을 당기면 ‘무서운 녀석’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이 날 밤 티시이처럼, 묵묵히 가던 동생이 언제 터보를 깨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형으로서는 한번쯤 그가 시원하게 내지르는 인생의 맛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인생은 커브만 있는게 아니라 고속도로도 있기 때문이다.
동생은 티시이에 만족하며 내렸다. “차 잘 탔어.” 티시이는 중형차인데도 2.0ℓ가 아닌 1.6ℓ급 엔진을 달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의 반응이 궁금한 차였다. 일단 반응은 괜찮다. 티시이는 271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6월 358대, 7월 623대가 팔렸다. 힘 뿐만 아니라 연비(13.0㎞/ℓ·복합 기준)도 에스엠5 2.0 모델보다 좋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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