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타이 방콕시에서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동남아에서는 오토바이가 출퇴근용 등 생활 속 교통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오토바이크 제공
교통체증 세계 최악 방콕서
출퇴근용 오토바이 등 ‘쌩쌩’
‘오토바이=배달용’ 한국 인식
혼다, 타기편한 중소형 만들어
타이서 국내 수입…부활 꿈꿔
출퇴근용 오토바이 등 ‘쌩쌩’
‘오토바이=배달용’ 한국 인식
혼다, 타기편한 중소형 만들어
타이서 국내 수입…부활 꿈꿔
세계 최악의 교통체증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타이 방콕. 지난 16일 방콕 중심도로인 실롬가로 들어선 버스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차창 밖 움직이는 것은 오토바이뿐이었다. ‘부르릉부르릉.’ 한명 또는 두명이 탄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지나쳤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자동차는 멈춰서 에어컨만 가동할 뿐이다. 갓길까지 차로 꽉 찬 방콕에선 도로 사이뿐만 아니라 고가도로까지 질주하는 ‘두 바퀴’ 오토바이가 ‘네 바퀴’ 자동차보다 빠르다.
오토바이·자동차 기업인 혼다가 이달 타이 방콕으로 한국 언론을 초청했다. 혼다는 타이 오토바이 시장에서 강자다. 올해 153만여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7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혼다코리아가 이곳을 한국 언론의 방문지로 택한 것은 자신의 브랜드 인지도가 강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토바이 시장이 ‘반토막’나고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아쉬움이 투영돼 있다.
먼저 판매 규모다. 타이 오토바이 업체들은 올해 시장 규모를 212만대로 예상한다. 세계 금융위기와 태국 대홍수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오토바이 업체 가운데 타이에 투자계획을 세우는 곳도 많다. 반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전 30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8만여대 수준까지 시장이 꺼진 상태다. 레저용인 배기량 500㏄급 이상 대형 오토바이 수요만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혼다코리아의 고민이 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형 오토바이만 수입해 파는 게 한국 오토바이 시장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중소형 오토바이 시장 규모가 커져야 전체 ‘파이’도 커지고, 오토바이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는 이를 보여주기 좋은 곳이다. 타이는 인구 2.6명당 1대꼴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고, 출퇴근용 등 생활 속 이용 빈도가 높다. 혼다도 일반 소비자가 쓰기 쉬운 110㏄급 커브형 오토바이 ‘웨이브110’ (국내업체 대림 ‘시티’ 모델과 비슷)과 스쿠터 등을 지난해 100만대 이상 팔았다. 타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대형 오토바이 판매도 함께 늘고 있다. 시장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태’라는 얘기다.
한국은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퀵서비스’와 ‘중국집’ 시장이 크다. 혼다는 이를 바꾸기 위해 일반 소비자가 타기 쉬운 중소형 오토바이를 국내 시장에 소개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모델’인 125㏄급 스쿠터 피시엑스(PCX)를 수입하는 등 다양한 제품군을 늘리는 전략이다.
이 오토바이들의 생산지가 바로 혼다의 글로벌 생산 거점인 타이 공장이다. 지난 17일 방콕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혼다 라드크라방 오토바이 공장은 ‘글로벌 모델’ 생산 라인 14만대 등 총 170여만대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 깨끗한 설비와 소음이 없는 환경을 갖춘 인상적인 공장이었다. 이구치 슈니치 혼다 태국공장 대표는 “이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며, 일본 공장 수준의 품질로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생산라인에는 많은 노동자가 붙어 작업을 해 생산 속도가 빨랐다. 노동자들이 많아도 낮은 인건비와 빠른 속도 덕에 한국으로 보내는 제품의 수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 공장은 60초에 한 대꼴로 오토바이를 생산한다.
물론 한국 오토바이 시장을 키우려는 혼다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국계 기업의 힘으로 오토바이가 달리기에 불편한 국내 도로교통 시설과 ‘폭주족’처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장에 쓰인 혼다의 슬로건은 ‘파워 오브 드림’(꿈의 힘)이었다. 방콕/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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