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배기량 2000㏄ 이하 소형차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아우디와 베엠베(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 시장을 공략해 각각 A3, 뉴 1시리즈, A클래스 등 소형차들을 앞다퉈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 위부터) 아우디코리아, 베엠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중형세단 시장 포화 성장 정체
소형차 시장서 성장모멘텀 모색
BMW, 작년 한국시장 ‘뉴1’ 이어
벤츠는 내달 ‘A클래스’ 출시 예고
아우디 A3 내년초 국내 상륙
소형차 시장서 성장모멘텀 모색
BMW, 작년 한국시장 ‘뉴1’ 이어
벤츠는 내달 ‘A클래스’ 출시 예고
아우디 A3 내년초 국내 상륙
“야! 기아차 씨드다! 저건 르노 클리오 아냐? 역시 유럽이라 그런가, 시트로엥 C2도 많이 보이네.”
지난 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카로이 저택으로 가는 길. 너른 곡창지대 옆으로 펼쳐진 도로는 거대한 ‘소형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세상에! 소형차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단 말이야?’ 중형 이상의 큰 차들로 꽉 막힌 서울 강변북로에 익숙했던 눈엔 적잖이 놀라운 풍경이다. 그 풍경 속으로, 또 하나의 소형차 아우디의 ‘A3’를 몰고 400㎞ 정도 거리를 달려봤다.
‘부릉~’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센터페시아(오디오와 에어컨 등 각종 버튼이 모여있는 공간) 위쪽에 숨어있던 네비게이션이 운전자의 눈높이로 쑥 올라왔다. 피아노 건반처럼 한줄로 정렬된 각종 버튼들과 더불어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내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2.0 디젤 모델의 액셀을 밟아 정지 상태에서 100㎞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7.3초. 창문 밖으로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1315㎏의 비교적 가벼운 차량은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치고 나갔다.
이 날 기자가 몰아본 A3는 부다페스트 인근 기요르 공장에서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새 차였다. 새 차에는 2.0 터보디젤 직분사(TDI)와 1.4, 1.8 가솔린 직분사(TFSI) 등 3가지 방식의 엔진이 탑재됐다. 눈에 띄는 건, 스포츠백 등 기존 A3 모델들이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이었던 것과 달리 ‘세단’형이라는 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악셀 스트로트베크 아우디 재무담당 총괄부회장(CFO)은 “세단을 선호하는 미국, 중국,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A3 세단은 이달 초 독일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유럽에 선보인 뒤, 내년 초 국내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다. 베엠베(BMW)가 지난해 ‘뉴 1시리즈’를 내놓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8월 ‘A클래스’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아우디까지 이 대열에 가세하면서 국내 소형차 시장을 둘러싼 수입차들의 각축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률이 높은 중대형·고배기량 차종 판매에 주력해왔던 프리미엄 수입차들이 소형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볼륨(대량생산) 모델을 판매하는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형 세단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포화 상태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소비자들이 점차로 소형차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 쪽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스트로트백 부회장은 “A3를 통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형차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소형차 시장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가운데 소형차(2000cc 미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0.6%(1만8631대)에서 지난해 49.4%(6만4638대)로 급등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어, 6월까지 팔린 수입차 중에서 52.2%(3만8888대)가 소형차였다. 주목할 점은 법인을 제외한 개인 고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6.4%(2012년)에 달한다는 점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수입차는 이제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넘어 대중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데, 수입차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20~30대 젊은층의 소형차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수입차들도 (장차 중대형 구매층이 될) 이들을 잡기 위해 엔트리급 모델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해도 소형차는 소형차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소형차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는 폭스바겐 폴로가 “70만원 밖에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수입차들의 경우, 가격을 큰 폭으로 낮췄다간 도리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스트로트백 부회장을 비롯한 아우디 관계자들이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격 때문에 품질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여러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숨막혔던 탈출 상황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 벼락 맞은 스마트폰?…휴대한 60대 남성 사망
■ 박원순 시장 “거의 모든 아파트에 비리”
■ 이젠 소형차가 대세…수입차의 ‘이유있는 변심’
■ “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숨막혔던 탈출 상황
■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 벼락 맞은 스마트폰?…휴대한 60대 남성 사망
■ 박원순 시장 “거의 모든 아파트에 비리”
■ 이젠 소형차가 대세…수입차의 ‘이유있는 변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