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 마니아 이석준씨가 자신의 ‘애마’인 폴크스바겐 폴로 옆에 서 있다.(오른 쪽) 언뜻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휠을 16인치에서 17인치로 키우고 다운스프링을 교체해 차고가 2㎝가량 낮아졌다.(왼쪽)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을 살려 코너링 때 안정성이 높아졌다. 서울오토살롱 제공
튜닝마니아 이석준씨 인터뷰
겉만 봐선 몰라…평범한 첫인상
휠·서스펜션·다운스프링등 교체
“한때 튜닝에 미쳤었는데…
이젠 차에 꼭 필요한 성능만 교체”
내달 튜닝카 페스티벌 본선진출
겉만 봐선 몰라…평범한 첫인상
휠·서스펜션·다운스프링등 교체
“한때 튜닝에 미쳤었는데…
이젠 차에 꼭 필요한 성능만 교체”
내달 튜닝카 페스티벌 본선진출
‘뭐야, 그냥 새 차 아냐?’
지난 19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이석준씨의 흰색 폴크스바겐 폴로 ‘튜닝카’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개그맨 노홍철의 ‘홍카’처럼 요란한 무늬로 치장을 한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2개짜리 머플러 팁도 없는 밋밋한 뒤태였다. 도대체 뭘 바꿨단 말이지? “언뜻 봐선 모르겠죠? 원래 차에는 없던 옵션들 몇 가지만 추가한, 일종의 세미 튜닝을 해서 그래요. 도심에서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간단히 손만 봤어요.” 이씨가 웃으며 말했다.
튜닝마니아 이석준씨는 지난 5월 폴크스바겐 폴로를 샀다. ‘2500만원대 독일차’란 수식어를 달고 국내에 출시한 차가 폴로다. 가격은 낮아졌지만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엔 말 그대로 ‘깡통차’(옵션 없는 차)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몰라서 이 차를 산 게 아니었다. “연비(공인연비 18.3㎞/ℓ)가 좋잖아요. 꼭 필요한 몇 가지 옵션만 추가하면 가격 대비 도심에서 재밌게 탈 수 있는 차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씨는 차를 받자마자 한 달 동안 신나게 “장난”을 쳤다. 16인치 휠을 17인치짜리로 바꾸고(인치업), 서스펜션과 다운스프링을 교체했다. 크루즈컨트롤(정속주행장치)과 전동시트, 블루투스 오디오 등도 설치했다. 차량 엉덩이 왼쪽엔 친구에게 선물받은 상하이 폴크스바겐 엠블럼을 ‘문신’처럼 붙였다. 편의성은 높이고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을 살려 코너링 때 안정성을 향상시킨, ‘이석준 맞춤형 폴로’로 변신시킨 것이다.
3000만원짜리 차를 산 거나 다름없어졌지만, 그는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가맹점 사업을 하는 그는 1년에 3만㎞ 정도를 달린다. “이 차는 3년-(거리)무제한 보증 혜택이 있거든요. 저처럼 주행거리가 많은 이들에겐 동급의 휘발유차를 타는 것보다 결국 남는 장사가 돼요.”
이씨가 본격적으로 자동차 튜닝에 취미를 붙인 건 2007년께다. “타던 국산차를 팔고 폴크스바겐의 골프 5세대 중고 모델을 샀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차를 뽑자마자 성능도 좋고 연비도 뛰어난 상위 모델 지티(GT)가 나온 거예요. ‘딱 저 차만 따라잡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뼛속까지 ‘문과형’ 인간이었던 그가 처음부터 자동차의 기계장치들에 익숙했던 건 아니다. “자동차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인터넷 자동차 카페와 동호회에 묻고 ‘구글링’을 통해 해외 정보들을 수집하며 튜닝을 배웠어요.” 이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공구를 들고 폐차장까지 찾아가며 필요한 부품을 찾아 차를 바꿔갔다. 가장 기본적이라는 휠 교체를 하고 나니, 서스펜션·스태빌라이저 바를 손보고 싶어졌고, 기왕이면 흡기·브레이크, 엔진제어장치(ECU) 튜닝까지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내비게이션·버킷시트 장착, 오디오 교체, 스포일러와 사이드스커트 부착까지…. 하다 보니 끝이 없었다. 4200만원 주고 산 중고차에 1500만원이 더 들어갔다.
“그땐 제가 미쳤던 것 같아요. 남들 하는 건 다 따라한 것 같아요.” 골프 외에도 시로코와 파사트 바리안트, 티구안 등 폴크스바겐 차량 4대가 그의 손을 거쳐간 뒤, 그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과하게 많은 걸 얹지 말고, 차 수준에 맞춰 꼭 필요한 성능만 골라서 튜닝하는 게 낫다.”
그는 요새도 짬날 때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차를 “뜯어” 본다. “멀쩡한 장정들끼리 주말에 공터나 다리 밑에 모여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동차를 뜯곤 하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걸 보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래도 술 마시는 것보단 얼마나 유익해요. 돈 많이 드는 취미라고들 하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제 수준의 튜닝은 그렇게 값나가는 취미도 아니에요.”
잘만 하면, 튜닝은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되기도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요새 수입차를 타는 젊은 사람들은 튜닝에 관심이 많잖아요. 자기 차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내놓은 질 좋은 순정 부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값싸게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차 성능도 높이고 일석이조죠.” 튜닝을 위해 다른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자동차에 관한 각종 부품 정보에 밝아지면서 자연스레 정비소에 가서 바가지를 쓸 염려도 적어졌다. 드물긴 해도, 튜닝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제값 받고 차를 팔 수도 있다. 그는 골프를 11개월(3만3000㎞) 탄 뒤 3300만원에 팔았다. “시세보다 400만원 정도 더 받은 셈이더라고요. 튜닝 비용을 감안해도 기본 감가상각비 정도는 빠진 정도니 나쁘지 않은 거죠.”
이씨는 자신이 튜닝한 차 두 대를 갖고 다음달 11~14일, 서울 코엑스홀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문 전시회 ‘2013 서울오토살롱’의 튜닝카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해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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