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전문가 ‘연구회’ 1년여 연구 발표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 때문에
순간적 압력상승→연료 과잉공급
미국, 이 장치 장착뒤 사고 급증”
차량 내부결함 탓 아니라는
정부·자동차업계 발표와 배치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 때문에
순간적 압력상승→연료 과잉공급
미국, 이 장치 장착뒤 사고 급증”
차량 내부결함 탓 아니라는
정부·자동차업계 발표와 배치
“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 실수가 많지만, (차량 내부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이 차량 내부에 있는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등 10여명의 자동차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동차급발진연구회는 지난 1년여 동안 급발진 문제에 대해 연구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그동안 정부나 자동차업계 등은 차량 내부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발진연구회가 지목한 것은 브레이크 페달 밑에 설치된 진공배력장치다. 진공배력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제동효과를 키울 수 있게 엔진의 흡기다기관(공기나 혼합가스를 실린더에 섞어 넣는 파이프) 또는 별도의 진공펌프에 연결된다. 연구회는 가솔린 엔진 차량의 경우 이 장치가 흡기다기관에 고무호스를 통해 직접 연결되는데, 여기에서 유발된 이상 압력 변화가 급발진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연구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발을 떼면 진공배력장치에 의해 흡기다기관의 공기압이 낮아진다. 이때 엔진의 압력 변화와 브레이크를 밟는 습관 등 여러 현상이 겹치면 순간적으로 압력이 높아지는 ‘압력 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흡기다기관이 급격히 진공상태로 바뀌면 엔진의 스로틀밸브(자동차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완전히 열려 연료가 과잉 공급되고, 출력이 급격히 높아져 자동차가 튀어나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교수는 “이 장치가 장착된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김창용 연구회 상임이사는 “급발진 의심 차량의 사고기록장치를 보면 스로틀밸브의 개방률이 자동차에 문제가 있을 때나 시동이 꺼졌을 때 이외에는 나올 수 없는 데이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그동안 급발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던 전자제어장치(ECU)보다 이런 기계적 결함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부품을 찾았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실증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존 차량의 경우 진공배력장치에서 흡기다기관을 잇는 고무호스를 차단하는 방식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자동차 관계자 등이 반론을 제기해 향후 뜨거운 논란을 예고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실증 여부에 따라 소비자의 소송과 안전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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