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유라코퍼레이션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국내에 판매되는 기아차의 2013년형 풀옵션 모닝을 놓고 내구성 시험을 하고 있다. 유라코퍼레이션 제공
자동차 부품업체 유라코퍼레이션
현대·기아차 힘입어 ‘준 대기업’ 수준으로
‘유일한 고객사’에 의존 아킬레스건
현대·기아차 힘입어 ‘준 대기업’ 수준으로
‘유일한 고객사’에 의존 아킬레스건
자동차용 전기배선장치 납품
현대·기아차 따라 8개국에 공장
“글로벌 업체들도 품질수준 인정”
125종 장비 갖추고 연구개발 집중
“장기적으로 고객확장 모색해가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유라코퍼레이션의 연구개발(R&D)센터. 이 건물 지하 1층,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한 한 방에서 비밀리에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방 안에선 시커먼 위장막을 쓴 ‘마루타’가 열기와 냉기, 물벼락, 전자파, 진동 등을 시뮬레이션한 각종 ‘고문’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기아자동차의 2014년형 ‘쏘울’이에요. 실제 주행 환경 속에서도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용 전기 배선장치)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가 보기 위해 각종 테스트를 하는 중입니다.” 임지선 유라코퍼레이션 연구기획실장이 말했다. 2010년 8월 완공된 이 연구개발센터는 125종, 600여대의 시험 장비를 갖추고 있다. 곳곳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모닝과 K7 등 현대차 24종과 기아차 13종 등 모두 37종의 차량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 개발 및 시험 작업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유라코퍼레이션은 자동차용 전기배선 장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전장 부품 업체다. 엔진과 변속기, 헤드램프 등 자동차 구석구석의 모든 장비에 전기 신호들을 전해주는, 일종의 ‘혈관’과 같은 부품이 와이어링 하네스다. 이 회사는 와이어링 하네스 판매 호조에 힘입어 1992년 창업 이래, 20여 년 만에 직원수 1826명, 매출 1조원, 협력업체 150여 곳을 거느린 ‘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성장 길목엔 현대·기아차가 있었다. 유라코퍼레이션이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3곳 중 한 곳으로, 경쟁사인 ‘경신’과 함께 현대·기아차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량의 80~90%를 책임지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대·기아차가 가는 곳마다 동반 진출하며 국내외 8개국에 32개 공장을 설립했고, 현대·기아차와 똑같은 비율(10년 새 3배)로 매출액도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용규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은 “단순히 부품을 납품하기만 한 게 아니라 신차 개발 단계부터 현대·기아차와 협의를 하면서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라코퍼레이션 연구진들이 2015년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수소 연료 전지차 투싼 ix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고전압 관련 부품 기술 개발하는 등, 현대·기아차 차량의 설계부터 제작·양산까지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5위 업체가 되다 보니, 글로벌 업체들이 우리들의 품질 수준도 인정해주고 있다.” 노 부사장이 자신했다. 덩치도 기술력도 좋아졌지만, 현대·기아차가 유일한 고객사라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리면 유라코퍼레이션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 부사장은 “지금까진 현대·기아차의 납품 물량을 대기도 빠듯해, 다른 고객사를 개척할 여력이 없었다”며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경영을 내세우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우리도 하이브리드·전기차용 고전압 케이블과 커넥터 등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용 전장 부품과 전기전자분배시스템(EEDS)의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 및 고객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차량의 전체 시스템과 연동되는 전장 부품의 경우, 개발·설계 단계부터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관계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쉽사리 납품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유라코퍼레이션의 이런 상황은 현대·기아차 중심의 수직 계열화 구조에 기대 성장해온 종속적으로 커온 우리나라 부품 업체들이 부딪치는 딜레마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 부사장이 내놓은 해답은 하나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열심히, 더 좋은 품질의 부품을 공급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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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따라 8개국에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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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종 장비 갖추고 연구개발 집중
“장기적으로 고객확장 모색해가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유라코퍼레이션의 연구개발(R&D)센터. 이 건물 지하 1층,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한 한 방에서 비밀리에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방 안에선 시커먼 위장막을 쓴 ‘마루타’가 열기와 냉기, 물벼락, 전자파, 진동 등을 시뮬레이션한 각종 ‘고문’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기아자동차의 2014년형 ‘쏘울’이에요. 실제 주행 환경 속에서도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용 전기 배선장치)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가 보기 위해 각종 테스트를 하는 중입니다.” 임지선 유라코퍼레이션 연구기획실장이 말했다. 2010년 8월 완공된 이 연구개발센터는 125종, 600여대의 시험 장비를 갖추고 있다. 곳곳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모닝과 K7 등 현대차 24종과 기아차 13종 등 모두 37종의 차량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 개발 및 시험 작업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유라코퍼레이션은 자동차용 전기배선 장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전장 부품 업체다. 엔진과 변속기, 헤드램프 등 자동차 구석구석의 모든 장비에 전기 신호들을 전해주는, 일종의 ‘혈관’과 같은 부품이 와이어링 하네스다. 이 회사는 와이어링 하네스 판매 호조에 힘입어 1992년 창업 이래, 20여 년 만에 직원수 1826명, 매출 1조원, 협력업체 150여 곳을 거느린 ‘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성장 길목엔 현대·기아차가 있었다. 유라코퍼레이션이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3곳 중 한 곳으로, 경쟁사인 ‘경신’과 함께 현대·기아차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량의 80~90%를 책임지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대·기아차가 가는 곳마다 동반 진출하며 국내외 8개국에 32개 공장을 설립했고, 현대·기아차와 똑같은 비율(10년 새 3배)로 매출액도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용규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은 “단순히 부품을 납품하기만 한 게 아니라 신차 개발 단계부터 현대·기아차와 협의를 하면서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라코퍼레이션 연구진들이 2015년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수소 연료 전지차 투싼 ix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고전압 관련 부품 기술 개발하는 등, 현대·기아차 차량의 설계부터 제작·양산까지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 5위 업체가 되다 보니, 글로벌 업체들이 우리들의 품질 수준도 인정해주고 있다.” 노 부사장이 자신했다. 덩치도 기술력도 좋아졌지만, 현대·기아차가 유일한 고객사라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리면 유라코퍼레이션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 부사장은 “지금까진 현대·기아차의 납품 물량을 대기도 빠듯해, 다른 고객사를 개척할 여력이 없었다”며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경영을 내세우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우리도 하이브리드·전기차용 고전압 케이블과 커넥터 등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용 전장 부품과 전기전자분배시스템(EEDS)의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 및 고객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차량의 전체 시스템과 연동되는 전장 부품의 경우, 개발·설계 단계부터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관계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쉽사리 납품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유라코퍼레이션의 이런 상황은 현대·기아차 중심의 수직 계열화 구조에 기대 성장해온 종속적으로 커온 우리나라 부품 업체들이 부딪치는 딜레마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 부사장이 내놓은 해답은 하나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열심히, 더 좋은 품질의 부품을 공급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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