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은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에서 2세대 엔진과 차세대 시-테크 무단변속기를 장착해 완전히 새로워진 경차 쉐보레 ‘스파크S’의 신차 발표회를 열고, 기아차 모닝에 빼앗겼던 경차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자신했다.(왼쪽) 가수이자 카레이서이기도 한 김진표씨가 모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2014스파크 ‘합리적 가격’ 경쟁
스파크S ‘프리미엄’…투트랙 전략
하반기 전기차모델도 내놓을 예정
스파크S ‘프리미엄’…투트랙 전략
하반기 전기차모델도 내놓을 예정
“사실 ‘경차’ 하면 ‘모닝’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새로 나온 ‘스파크에스(S)’가 모닝보다 우월한 점은 뭐죠?”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비욘드뮤지엄에서 열린 한국지엠의 쉐보레 스파크S의 신차 발표회 현장. 행사 진행을 맡은 가수 김진표가 경쟁차인 기아차 모닝을 거론하며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신차 발표회에서 경쟁사 차량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우월성을 강조하는 건 그리 일반적이진 않은 일. 하지만 답변에 나선 조인상 상무(마케팅본부) 등 한국지엠 관계자들도 “모닝에 비해 자랑할 만한 특징들”을 열거하는 데 거침 없었다. 한국지엠은 신차 스파크S가 출시하는 16일을 “대한민국 경차의 기준을 바꾸는 날”로 삼겠다고까지 했다. 모닝에 내준 국내 경차 시장 1위를 되찾아오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모닝이 국내 경차 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건 2008년 ‘뉴모닝’ 출시 이후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스파크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국민차 ‘티코’(1991년 출시, 대우차)와 그 후속 모델 ‘마티즈’(98년 출시, 지엠대우) 등 스파크 가문의 ‘선조’들이 20년 가까이 경차시장을 장기 독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대차 아토스(97년 출시)와 기아차 비스토(99년)가 스파크 가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크게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아토스는 후속 모델 없이 2002년 단종됐고, 비스토는 후속 모델로 1000㏄ 소형차 ‘모닝’(2004년)을 내며 잠시 경차 시장에서 빠져 있었다.
전세를 뒤집은 건 단 하나의 ‘사건’이었다. 환경부가 경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경차의 배기량 기준을 800㏄에서 1000㏄로 전격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아차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법이 바뀌자마자 기존 모닝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형) 모델인 뉴모닝을 경차 시장에 내놨지요.” 한국지엠 홍보실 관계자의 회고다. 1등에 안주한 사이, 경차 시장의 주도권이 기아차 쪽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듬해 부랴부랴 1000㏄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내놨지만, 한번 내준 왕좌는 쉽게 되찾아지지 않았다. 2011년엔 회사 이름이 바뀌면서, 13년간 써왔던 마티즈란 이름도 스파크로 바꿔야 했다. 판매 부진 속, 고객들에게 ‘마티즈=스파크’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이중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었다.
그해 6월, 월평균 6000대 수준으로 판매 실적이 올라섰지만, ‘올 뉴 모닝’을 내놓은 기아차는 더 치고 나갔다. 스파크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만4760대를 팔아 여전히 모닝(9만4190대) 뒤를 따르고 있다. ‘씨티런’과 ‘타투’ ‘스트라이프’ 에디션 등 외관 디자인에 변화를 준 2013년형 스파크를 선보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달 판매 실적은 3610대로, 한창때의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지엠 안에서 ‘단순히 디자인만 바꿔선 1등 자리를 되찾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차 스파크S와 함께 기존 모델을 부분 변경한 ‘2014년형 스파크’를 예정보다 일찍, 그것도 동시에 출시하기로 한 이유다. ‘합리적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를 2014년형 스파크로 잡고, ‘경차 이상의 프리미엄’을 원하는 소비자는 스파크S로 끌어안는 ‘투트랙’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2014년형 스파크는 ‘미스틱 스카이 블루’의 외장 색을 추가하고 도어락 스위치와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무선 폴딩 리모트키 등 편의사양을 새로 적용한 게 특징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가격(자동변속기 채택 시 1038만원, 1297만원)을 낮춘 것을 한국지엠은 강점으로 꼽고 있다.
스파크S의 경우, 고급차인 아우디 에이(A)4와 A6등에도 쓰이는 시(C)-테크 무단변속기를 탑재해 주행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통합형 차체자세 제어장치(ESC)와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SA)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1281만원, 1373만원으로 다소 높아졌다. 조인상 상무는 “모닝에 옵션으로 장착된 기능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싼 가격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선주문 고객들의 45% 정도가 스파크S를 원했다”는 게 조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스파크S가 향후 전체 스파크 판매량의 4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한국지엠은 올해 하반기 전기차 모델인 ‘스파크 EV’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스파크와 스파크S, 스파크 EV 3형제를 전면에 내세워 쑥쑥 성장하고 있는 국내 경차 시장의 1위 고지를 재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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